일본서 도난 반입 불상 소유권 가릴 항소심 '첫 공판'

입력 2017-03-21 12:53   수정 2017-03-21 14:06

일본서 도난 반입 불상 소유권 가릴 항소심 '첫 공판'

검찰 "1심 판결 근거된 불상 내 '결연문' 진위 입증해야"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일본 쓰시마(對馬)섬 한 사찰에서 도난당해 한국으로 들어온 불상의 소유권을 가리는 법정 '제2라운드'가 21일 시작됐다.

대전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승훈)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법원 315호 법정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은 1심 재판부가 불상내에서 발견된 결연문 등을 토대로 "원래 소유주로 알려진 충남 서산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판결하자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열리게 됐다.

검찰은 '결연문'의 진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일본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 봉안돼 있던 1951년 5월, 주지가 우연히 불상 내부에서 신도들의 불심을 담는 기록물인 복장물을 발견했는데, 복장물 중 '결연문'에는 1330년경 서주(현재 충남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검찰 측은 "결연문이 실제로 고려말에 작성된 것인지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탄소연대측정 등 작성시기에 대한 과학적 측정 결과가 제출되지도 않아서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결연문에 나오는 '서주 부석사'가 현재 불상 소유권을 주장하는 '서산 부석사'와 동일한지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결연문에 대한 진위가 탄소연대측정 등을 통해 가려지지 않는 이상 그 결연문을 근거로 서주 부석사가 고려말부터 존재했다고 쉽사리 추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는 불상 제작 시기로 주장하는 때에 서주 부석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현재의 부석사가 서주 부석사로부터 계속된 동일한 권리 주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부석사 측은 결연문의 진정성에 대한 입증계획과 '서주 부석사' 소유였던 불상과 이번 사건 불상과 동일한 것인지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며 "'서주 부석사'와 현재 '서산 부석사'가 동일한 사찰임도 입증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피고 검찰 측이 결연문에 대해 탄소연대측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일본 관계 기관의 동의와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인지 의견을 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은 "검찰에서 불상이 가짜라고 주장하는데 불상을 훔쳐 온 주범이 형사재판을 통해 형을 마치고 나온 것과 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성실하게 준비해 부석사 소유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재판은 5월 16일 오후 3시 30분 315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1심 재판부는 "현재 문화재청에서 보관 중인 불상(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한 현장 검증 등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넉넉히 추정할 수 있다"며 "과거에 증여나 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 방법으로 일본으로 운반돼 봉안되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훼손 및 도난 우려' 등을 이유로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검찰의 신청을 검토한 또 다른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높이 50.5㎝, 무게 38.6㎏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석사는 쓰시마의 한 사찰에서 절도범에 도난당한 뒤 한국으로 반입된 이 불상을 부석사로 인도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불상이 절도범의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반입됐을 때 서산 부석사 신도들은 왜구에 약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우리나라 법원은 2013년 2월 반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절도단이 쓰시마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과 함께 훔친 동조여래입상은 지난해 7월 도난 당시 점유지인 쓰시마의 가이진(海神) 신사로 반환됐다.

kjun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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