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의심여지 없다" 세계기상기구 공식 보고

입력 2017-03-21 15:45  

"기후변화 의심여지 없다" 세계기상기구 공식 보고

"작년 도깨비 가뭄·홍수 등 극단적 기상은 인재"

과학계 일부 "자손에 욕먹는다" 트럼프 행정부 비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작년에 나타난 극단적인 기상의 실태와 그 원인을 분석한 유엔 산하 기구의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극단적 기상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결과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 실태 보고서를 20일(현지시간) 발간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서문에서 "인간의 행위가 기후 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며 "이런 영향은 심각한 날씨, 특히 더위와 관련한 극단적 기상에 대한 연구로 점점 더 자세히 증명되고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이런 견해의 근거로 기록적 가뭄, 더위, 강우, 극 지역의 빙하 감소를 들었다.




작년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1도 상승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평균보다 60%까지 줄어 흉작으로 인한 기근까지 발생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 때문에 이재민 수만 명이 발생했다. 남극과 북극에서는 해빙(海氷) 면적이 관측 이래 최소를 기록했다.

중국과 스코틀랜드는 관측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한 겨울을 보냈고 프랑스에서는 7월과 8월 강수량이 관측 이래 최소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기록적으로 건조한 겨울과 봄을 나면서 포트 맥머리, 앨버타 등지가 사상 최악의 대형 산불에 시달렸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는 지속된 가뭄과 동반한 산불로 고통을 받은 직후에 위력적인 홍수까지 덮쳤다. 이 지역의 5∼12월 강수량은 관측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탄소감축 약속을 담은 파리 기후협정의 이행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기후변화 대응책을 국가별 개발정책에 포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기후연구계획(WCRP)의 데이브 카슨 대표도 이날 보고서 발간과 관련해 "우리는 현재 진정한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인 상태"라고 말했다.

카슨 대표는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지구에는 괄목할 변화가 있고 종전 방식으로 기후 체계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더 우려하는 점은 극지역의 이상기온 현상이 계속되는 등 작년의 재앙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WMO는 대서양에서 고온다습한 바람이 유입돼 지난 겨울에 북극에 세 차례에 걸쳐 열파가 덮쳤다며 해빙이 얼어붙는 시점에 기온이 녹는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WMO의 보고서 발표와 함께 기후변화를 불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를 향한 과학자들의 분노도 목격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저명한 기후변화 학자인 로버트 왓슨 교수는 "인류 활동이 기후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데이터로 증명되는 판국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원로 의원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데 급급한다"고 주장했다.

왓슨 교수는 "우리 자손이 미래에 기후변화 불신론자들을 돌아보며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비용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적던 시절에 어떻게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를 위해 저렇게 지구를 희생시킬 수가 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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