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주자들 '변수 최소화' 전략…추격자는 '변수 극대화'로 뒤집기 시도
'전두환표창' 文발언에 경쟁자들 '벌떼공격'…文측 "문제없다"면서도 촉각
安·李 "설화 조심", 안철수 '보수연대' 금기…범보수 '과감한 발언'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배영경 기자 = 각 당의 대선 경선레이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주자들 사이에 '말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굵직한 정책이슈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조기 대선판인 탓에 말로써 상대방을 흔들거나 말 실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말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방식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 판도를 이어가려는 선두주자들과 판세를 어떤 식으로든 흔들어 반전의 기회를 노려보려는 후발주자들의 전략이 터 잡고 있다. 선두주자들은 가급적 말실수를 줄여 '변수'를 최소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은 '튀는 언행'으로 판을 흔들 변수를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호남 경선을 엿새 앞두고 설전(舌戰)을 통해 판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민주당 주자들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잦은 설화(舌禍)로 구설에 자주 오르는 주자는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압도적 일등주자라는 점에서 문 전 대표는 물론 그 주변 인사들의 웬만한 말들이 상대진영에는 공격의 소재가 되고 있다.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두고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물론 국민의당도 일제히 타깃으로 삼으면서 문 전 대표를 코너로 몰았다. 범보수인 바른정당까지 "가짜뉴스라더니 진짜였다"며 '말 바꾸기' 공세를 취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앞뒤 맥락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발언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이미 이슈화되어 버린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손혜원 의원·양향자 최고위원·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문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의 잇단 부적절한 언사를 상대진영이 비판의 소재로 삼으면서 문 전 대표에게 부담을 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영입 인사들의 설화가 잇따르자 팟캐스트·방송 출연 '경계령'을 내린 바 있다.
문 전 대표를 뒤쫓는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문 전 대표 측의 잦은 설화를 공세 소재로 활용하는 동시에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추격자 신분이지만 상대 허점을 파고들면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적어도 자체적인 설화로 표를 깎아 먹지 말자는 기류가 읽힌다. '선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안 지사 측이 특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이 시장 측 역시 "문 전 대표 측 문제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에서 불거진 것"이라며 캠프가 이 시장을 중심으로 가치를 철저히 공유한 만큼 설화 가능성은 비교적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선에서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를 자신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은 '보수 연대설'을 금기시하고 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설만으로도 당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에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이 보도되자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21일 "대변인단에도 말 한마디, 논평 하나까지 꼬투리 잡히지 않게 주의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고 말했다.
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후보난에 시달리는 범보수 진영 유력 후보들은 '과감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다. 지지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방편은 당장엔 '말'뿐이어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다. 홍 지사는 최근 "민주당 1등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막말 논란에도 불출마 선언한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하며 범보수 선두주자로 단기간에 자리매김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며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했던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태극기 바람에 촛불이 꺼졌다" 등의 발언으로 보수층 결집을 노렸다.
한국당에서 분화한 바른정당은 특별한 설화가 없었지만 최근 경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남경필 경기지사가 유승민 의원에게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공격하고 유 의원도 "민주당에 자꾸 기웃거린다"며 설전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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