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지원] 박근혜 정부 구조조정도 실패…조선·해운 경쟁력 추락(종합)

입력 2017-03-23 14:44   수정 2017-03-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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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추가지원] 박근혜 정부 구조조정도 실패…조선·해운 경쟁력 추락(종합)

부처 간 엇박자에 준비부족 노출…구조조정 잇따라 실기

조선·해운업 몰락 위기…제조업 중심 '고용 한파' 후폭풍 현실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23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당분간 대우조선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는 넘기게 됐지만, 정부의 원칙 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2015년 이후 산업 구조조정에 매달렸지만, 어느 업종, 기업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에 기댄 경쟁력 강화방안,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부 간 엇박자 및 안일한 대응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는 뼈아프다.

국내 해운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의 공중분해로 해운업 위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조선업 구조조정 실기로 세계 1위였던 조선업의 추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 1년 반 끈 구조조정…조선·해운·철강·유화 수술대에


박근혜 정부가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빼 든 것은 2015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 기업'이 급증하던 때였다.

이에 정부는 2015년 10월 정부 내 협의체를 구성해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을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다시 두 달 뒤인 2015년 12월 구조조정 기본방향을 마련했다.

이듬해 4월에는 기업과 산업의 상황에 따라 경기민감업종, 상시구조조정 업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로 분류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구조조정 3트랙'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틀을 구체화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약하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해 6월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 구조조정과 관련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구조조정은 고통을 수반하고 단기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채권단의 신규 지원 없이 해당 기업이 고강도 자구 노력을 하고 엄정한 손실분담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내걸었다.

정부는 총 11차례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를 통해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해운·철강·유화 4개 업종에 대해 9월 말, 10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보완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 부처간 엇박자에 준비부족 노출…구조조정 잇따라 실기



박근혜 정부의 구조조정은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에 가깝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개입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고 주도하지도 못했다.

어설픈 상황판단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오판에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0월 회계법인 실사 보고서에 기초해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을 둘러싼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8월 조선 경쟁력 강화방안 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 또는 분할해 조선업을 '빅2'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 근거로 맥킨지는 향후 5년간 조선업 수주 절벽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맥킨지 보고서 내용은 10월 발표된 경쟁력 강화방안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맥킨지 대신 국내 조선사의 수주 전망을 비교적 높게 잡은 클락슨 자료를 인용해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국제적인 조선업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자료가 더 정확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판단은 이번 추가 지원으로 불과 반년 만에 오판으로 드러났다.

정부도 상황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에서 "정부·채권단이 장기 조선불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의 위험요인에 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을 '빅2'로 재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저가수주·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빅2'로의 전환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되면 '주인찾기'가 활발하게 추진될 것인데 이러한 점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책임 회피는 구조조정 실타래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고조된 지난 8월 어느 정부 부처도 예상되는 피해규모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몇 척이나 바다에 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물류대란이 발생하고서야 정부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며 뒷수습에 매달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은 적시성, 정확성, 불편부당성 등 3가지 요소가 핵심인데 이번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일관성도 없었고 정확하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 주력산업 경쟁력 치명타…대한민국 경제 '흔들'



약 1년 반 간 진행된 구조조정에 따라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등은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으로 몸집을 줄였지만, 어느 곳 하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은 결국 정상화에 실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선·구조조정의 실패는 주력산업 경쟁력의 추락이라는 암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진해운의 몰락은 국내 해운업 경기를 순식간에 바닥으로 끌어 내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삼던 부산항은 물동량이 크게 주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밀린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부산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400억원대의 피해를 볼 위기에 처했다.

해상운임도 오르면서 화주업체의 부담이 늘고 있다. 이는 곧 수출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을 날리는 대신 해운사 리그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았던 현대상선[011200]을 살리는게 과연 불편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들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은 더 심각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3사는 선박 수주가 끊긴 상황에 더해 경영 부실과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해 총 8조5천억여원 규모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중국에 세계 1위를 내준 조선업은 이미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한 일본에도 추격을 허용하며 17년 만에 2위 자리까지 뺏길 위기에 놓여있다.

조선·해운업의 몰락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 한파라는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진해운 직원 총 1천400명 가운데 750명만이 재취업했고 나머지는 아직도 구직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6만5천명 줄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고용률을 흔들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운·조선 구조조정이 더 선제적으로 진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 악화는 없었을 것"이라며 "시장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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