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지지율 32.2%…집권 민주당에 여유있게 앞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하고 있는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창당 이래 최고치로 뛰어올라 내년 총선 승리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밝히고 있다.
21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레 세라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32.3%의 지지율을 얻어 지난 2009년 창당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26.8%에 그친 집권 민주당을 5.5%p 차로 앞선 것이다.
오성운동은 올해 초 여론조사 때만 하더라도 30% 안팎으로 집권 민주당과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였으나, 민주당이 지난 달 마테오 렌치 전 총리에 반기를 든 소수파의 이탈로 분열되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주축이 된 민주당 탈당파가 창립한 새 정당 민주혁신당은 3.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탈세 혐의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뚜렷한 구심점 없이 갈라진 우파진영은 반(反) 유럽연합(EU), 반(反) 난민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북부동맹(12.8%)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12.7%)가 거의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와 같은 지지율 판도가 이어질 경우 내년 2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오성운동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과반 의석이 보장되는 40% 득표율에 미달할 경우 집권을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성운동은 과거부터 일관되게 다른 정당과의 연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목표한 대로 집권당으로 올라설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이탈리아는 작년에 스페인이 그랬듯이 상당 기간 동안 무정부 상태가 이어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오성운동은 비록 지지율 최고치를 뚫었지만 최근 당 창립자인 코미디언 출신의 베페 그릴로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며 내홍을 겪고 있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수장 선거에 나설 후보를 정하고 있는 오성운동은 지난 주 북부 도시 제노바 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는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에 대해 그릴로 대표가 일방적으로 자격을 박탈한 뒤 2위 득표자에게 시장 후보 자격을 줘 논란을 빚고 있다.
그릴로 대표는 당내 비난이 고조되자 "나는 오성운동의 보증인이다. 내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정당을 만들면 된다"는 강경한 태도로 반발 무마에 나섰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이에 대해 "그릴로의 제도는 환상적"이라며 "그의 민주주의는 자신의 편이 이길 때만 작동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렌치 전 총리는 작년 12월 상원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되며 총리직에서 사퇴했고, 당시 국민투표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그릴로 대표는 렌치 전 총리를 끌어내린 일등공신으로 여겨진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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