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 "법과 정의는 어디에"…'피고인' 한국사회에 묻다

입력 2017-03-22 08:47   수정 2017-03-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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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 "법과 정의는 어디에"…'피고인' 한국사회에 묻다

최종회 시청률 28.3% '최고'…반전 거듭하며 끝까지 긴장감 유지

"억지스럽다"는 비난속 지성, 눈부신 열연으로 극 이끌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으로 할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요. 좀 가르쳐 주세요."

재벌회장 차민호는 끝까지 검사를 이렇게 조롱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에 이어 판사까지 매수했으니 자신만만할 수밖에.

물론, 드라마는 결국 차민호를 사형수로 만들어 감옥 독방에 가뒀다.

그러려고 18부를 달려왔고, 시청자도 그걸 보려고 지금껏 기다려왔으니 당연하고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뒷맛이 아쉬웠다. 돈과 권력 위에서 활개 치던 싸이코패스 차민호를 '그럼에도 살아있는' 법과 정의만으로는 무너뜨리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SBS TV 월화극 '피고인'이 지난 21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전국 28.3%(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29.7%, 서울 32.3%다.

경쟁작인 MBC TV '역적'은 8.8%, KBS 2TV '완벽한 아내'는 4.4%로 집계됐다.





◇시청률 30% 육박…악마, 9개월만에 잡히다

열혈 검사가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런 그가 누명을 벗고 진범을 잡으려고 탈옥해 증거를 찾아 나서며 스스로 구명 운동을 했다.

마침내 누명도 벗고 진범도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법과 정의는 어디에 가 있었을까.

'피고인'은 재미있게 보자고 만든 드라마지만, 누군가에게는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언제든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 있다는 점, 돈과 권력이 법과 정의 위에 있는 현실은 드라마적인 과장 기법을 걷어내어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이 대한민국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지난 수개월간 하나둘씩 알게되면서 공분했던 시청자에게 '피고인'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개연성을 띠었다. 법망을 피해 다니는 '미꾸라지'들의 향연이 뉴스를 가득 채운 현실에서 '피고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률도 날아올랐다. 서울 지역에서는 30%가 넘었다.

드라마는 9개월 만에 악마를 잡고 모든 진실을 밝혀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과연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






◇거듭된 반전…2회 연장 속 "억지스럽다" 지적도

드라마는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놀라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인물들의 운신 폭이 좁은 교도소 안에서 매회 하나씩 반전을 보여줘 "아이디어가 놀랍다"는 반응 속 호기심이 끌어올렸지만, 반대로 거북이걸음 전개에 "답답해 죽겠다"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에 아랑곳없이 반전 카드를 계속 써먹었고, 심지어 2회까지 연장했다.





악마 차민호가 벌 받는 것을 보고 말겠다는 시청자의 일념은 시청률 상승세로 이어지긴 했지만, 매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차민호의 모습에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차올랐다.

이 과정에서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는 억지스러운 반전이 이어진다는 비난이 나왔다. 막장 드라마 속 악녀들의 기계적인 악행과 '발악'이 이어지면서 드라마 자체의 진정성마저 해친다는 지적이다.

또한 악마 차민호를 마지막에 무너뜨린 것은 법과 정의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었다는 점이 씁쓸하게 남는다. 끝까지 미친 척을 하며 버티던 차민호는 "우리 죗값 치러요"라는 아내의 말에 무너졌다. 법과 정의만으로는 안되는 것이었다.





◇지성, 눈부신 열연으로 극 채워

말도 안 되는 험난하고 험악한 이야기임에도 '피고인'이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은 주인공 지성의 눈부신 열연 덕분이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성의 '피고름 짜내는' 활약에 기댔다. 지성은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연기를 통해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강하게 이끌었다.

박정우가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누명을 쓰고 기억을 잃은 초반 설정에서 지성은 열과 성을 다해 1인극을 펼쳤다. 주인공이 기억 상실에 걸린 상황이라 초반 몇회가 지나도록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드라마 안에서 지성은 존재감을 환하게 발휘했다.

박정우가 눈물을 쏟아내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모습만으로 한 회가 채워지기도 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쌍둥이 역할을 맡은 엄기준은 지성의 반대편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김민석과 신린아 등도 극을 알차게 채웠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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