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기록 토대로 수사팀 의견 듣고 숙고할 듯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마라톤 조사'를 받은 21일. 중앙지검 쪽에서 반포대로 건너편의 대검찰청 8층에 있는 김수남 검찰총장의 사무실 역시 자정 가까이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이 오후 11시 40분까지 사무실에 머물다 귀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이원석 중앙지검 특수1부장의 조사를 마친 뒤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기 시작한 시점이다.
김 총장은 전날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상황을 틈틈이 보고받으며 대검 수뇌부와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특수본의 정식 보고를 받고 1년여 전 자신을 총장에 임명한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을 깊이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선 국정농단 사태의 '총 책임자'나 다름없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공범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이고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가지 혐의도 불구속 기소되기엔 지나치게 무겁다는 논리다.
뇌물 공여자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수수자만 불구속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현재 적용된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변호인으로선 그런(영장 청구) 부분도 상정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총장이 영장 청구를 고집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영장이 청구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며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범이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증거인멸 우려가 낮아 보이는 점, 현 상태에서 '처벌'의 의미 외에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이는 점 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결과 과거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상정한 박 전 대통령의 공모·개입 정황이 상당 부분 부인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조사 직후 취재진에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 총장이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친다. 다만 그는 이날 출근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영장 청구 결정 시점을 묻는 말에 아무 답 없이 사무실로 향했다.
김 총장은 특별수사본부의 조사기록을 토대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팀의 의견을 최대한 충분히 경청한 뒤 여러 요인을 숙고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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