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중국의 일부 소규모 은행들이 자금시장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인민은행이 수천억 위안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트레이더 3명을 인용, 전날 중국의 지방상업은행을 포함해 여러 소규모은행이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바람에 인민은행이 수천억위안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한 은행은 5천만 위안(약 82억원)의 오버나이트 레포(환매조건부채권)를 되갚지 못했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이들 은행은 이번 주 초 자금시장에서 벤치마크인 7일 물 레포금리가 3.07%로 2015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디폴트에 빠졌다.
이는 분기 말 현금비축 등 여러 가지 기술적 요인이 겹쳐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인민은행이 이를 통해 차입이 과도한 은행들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BBVA 샤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소규모은행들에 차입 게임을 극단적으로 하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중앙은행과 다른 금융기관 간의 줄다리기"라고 말했다.
전날 자금투입은 일상적인 공개시장운영과는 별도로 이뤄졌다.
친한 궈타이주난 채권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은 현금공급을 충분히 하면서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춘제 쇼크 이후에도 레포 금리가 의미 있는 정도로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7일물 레포 금리는 2013년 6월 12.45%까지 폭등한 적이 있다. 당시 인민은행은 자금경색 와중에도 공개시장운영을 하지 않았다. 당시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자금난이 상업은행의 유동성 관리와 사업구조의 결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높은 금리의 중장기자금을 투입하면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1월 채권시장에 6년 만에 최대 궤멸이 일어나자 올해 중국이 자주 유동성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들과 이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금융위기를 피하면서 수년간의 저금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BBVA는 지적했다.
샤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발생한 사태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줬다"면서 "2013년 6월 이후 기술은 좀 더 세련돼졌지만, 정책효과는 아직 봐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