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자신엔 관대, 타인비판은 네거티브" 文 직격…승부수 띄웠나

입력 2017-03-22 11:40  

安 "자신엔 관대, 타인비판은 네거티브" 文 직격…승부수 띄웠나

文의 "네거티브 멀리하라' 공격에 페이스북에 작심하고 글 올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수위 높은 공격을 자제해 오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상대를 향한 공격을 자제해오던 안 지사가 그동안 보여주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올린 이 글을 두고 안 지사 측은 그간 쌓여온 감정을 담담히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지사는 22일 새벽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을 향해 "자신에게는 관대-타인에게는 냉정,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 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자신의 '선의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문 전 대표가 '분노가 빠졌다'고 비판했던 것과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문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의 대응에 불편했던 심기를 직접 드러낸 것이다.

안 지사는 그동안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른 경선주자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왔다는 게 안 지사측의 설명이다.

TV 프로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 결심한 건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자'는 것"이라고 하거나 대선 출마선언 때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에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박수현 대변인이 이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자 왜 그렇게 대응했느냐면서 박 대변인을 질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반려되긴 했지만 자신의 논평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안 지사에게 흠이 될까 봐 박 대변인이 사표까지 냈을 정도로 캠프 역시 안 지사의 '대원칙'을 따라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던 안 지사와 캠프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 계기는 전날 열린 대선주자 TV토론이었다.

문 전 대표가 "주변에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멀리 하라"고 하는 등 안 지사를 직접 겨냥하자 '더는 참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TV토론이 방송된 후 자신이 쓴 글을 참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 올려서 공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용에는 동의하면서도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참모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안 지사는 한밤중에 글을 게시했다.

안 지사측 핵심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그런 글을 올렸겠는가"라며 "토론 때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참았지만 당의 패권문제를 가져온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 지사는 이날 아침 참모와의 통화에서 "이 글을 싸우자고 쓴 것도, 격앙되게 쓴 것도 아니다"라면서 "상대가 호남의 민심을 가리려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와 그 측근들은 그동안 쌓였던 답답한 감정을 풀어낸 글이라고 거듭 설명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쓴이의 의도와는 달리 이 글이 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실상 경선의 승부를 가를 호남지역 경선을 앞두고 판을 크게 흔들어서 문 전 대표가 이끄는 '대세론'을 깨고 뒤집기를 시도하려는 한 수였다는 것이다.

이날 전북언론사 기자간담회를 비롯해 전주 중앙시장 상인연합회와 간담회를 하는 등 2박 3일간의 '호남 강행군'을 시작하는 안 지사가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이번 글이 또 다른 '네거티브'로 읽힐 우려도 있는 탓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예비후보 토론회도 절반을 소화한 상황에서 한 번쯤은 소회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쓴 글이어서 승부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일각의 해석에 선을 그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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