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안보 위기에 '코리아 패싱'까지 걱정해야 하나

입력 2017-03-22 18:28  

[연합시론] 안보 위기에 '코리아 패싱'까지 걱정해야 하나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비록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이달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쏜 지 16일 만에 또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한은 다음 달 김일성 생일 105주년(15일)과 군 창건 85주년(25일)을 앞두고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더 위협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 경고에도 보란 듯이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중대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해 새로운 외교, 안보, 경제적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곧 나올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과거 정부와 다른 차원의 내용이 담긴다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미 의회에서는 이날 북한의 돈줄을 모조리 차단하기 위한 '초강력' 대북제재법안이 공화·민주 양당 공동으로 발의됐다.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 만에 추가 입법을 통해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려는 것 같다.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몰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피해도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3월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보다 21.9%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주 한·중·일 순방에서 미·일 관계를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표현하고, 한미 관계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일본 외무상과 만찬을 한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서는 공식 만찬을 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만찬과 관련해 양국의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일정의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뒤늦게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모두 강력한 동맹이자 파트너라고 언급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 한국에 보낼 대사도 지명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 주재 대사를 일찌감치 지명한 것과 대비된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 갔을 때 공개석상에서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조셉 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는, 틸러슨 장관이 중국 측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사드 보복이 부적절하고 우려스럽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사드를 두고 어떤 구체적인 논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 달에는 미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열린다. 백악관 대변인이 "북한 문제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긴장 완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우선 '사드 담판'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중차대한 판국에 대통령 궐위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우리 외교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도 안보 문제에 관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다가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 강대국들끼리 논의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더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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