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채권 80% 출자전환…충당금 쌓고 이자수익도 줄어 '이중고'
당국 "충당금 많이 쌓고 여신도 줄여 충격파 크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시중은행은 수천억 원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꾸준히 줄여온 데다가 관련 충당금을 적립해와 충격파는 크지 않으리라는 게 금융당국의 전망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3월 현재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시중은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2조6천365억원이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이 8천669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KEB하나(7726억원), 신한(3026억원), 국민(5천115억원) 우리(2천70억원) 순이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선수급환급보증(RG)이 대부분이다. RG는 선주가 선박 건조 계약 때 조선사에 준 선수금을 금융사가 지급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건조해 넘기지 못하면 금융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줘야 하는 금액이다.
농협은행은 전체의 97.7%인 8천469억원이 RG다. 국민은행도 80% 정도가 RG고 나머지 20%가 대출이다. 신한은행도 RG 비율이 전체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000030]은 RG가 없고, 모두 수출입금융이나 일반 여신이다. 하나은행도 63%가 일반 대출이고 나머지가 RG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시중은행의 출자전환 대상은 신용 대출이 대부분인 무담보채권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무담보채권 규모를 7천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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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발표한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안을 보면,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채권의 80%인 5천800억원가량을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20%의 무담보채권은 만기를 연장한다.
만기연장분은 5년 유예 후에 5년간 분할상환된다. 이에 대한 금리는 연 3% 이내로 적용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3천6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이미 쌓았다. 전체 익스포저의 12%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놓고 있다. 요주의로 분류하면 7~19%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당장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다. 작년 회계법인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보유 가치를 '1원'으로 평가했고, 산업은행은 이로 인해 작년 말 보유주식의 전체를 손실(손상차손)로 반영한 바 있다.
정부의 '실탄'이 지원되더라도 당분간 주식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출자전환에 따른 시중은행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 3%대가 넘는 이자수익도 출자전환에 따라 포기해야 한다.
이번 지원으로 시중은행의 BIS 비율은 0.01~0.24%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들은 채무조정시 6천4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이후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을 2조2천억원을 축소하고 충당금을 적립해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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