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역대 최다·공범 무더기 구속·부인 일관 태도 등 감안
수사팀 결과 정리 중…김수남 총장 "법과 원칙만 갖고 판단"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장미 대선' 등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막판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부터 이틀째 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21일 조사 때 삼성 430억원대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각종 이권 챙기기 지원 등 핵심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기소 후 공소유지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재반박할 수 있는 증거 자료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보강 수사와 법리 검토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서 수사 결과와 검토 의견을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정식 보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조사를 받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진술, 조사 태도 등 주요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지만, 아직 수사팀으로부터 종합적인 대면 보고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이 본부장을 포함한 특별수사본부 핵심 간부들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고 내부 '토의'를 거쳐 내주 초반에는 결단을 내릴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법정형 10년 이상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을 포함해 역대 전직 '피의자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13개에 달해 사안이 매우 중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영장 청구 사유로 거론된다.
아울러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공범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이미 무더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도 고려됐다.
이들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검팀 수사 단계에서 사법처리돼 형평성 측면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만 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수사팀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박 전 대통령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거나, 일부 의혹 사항에 관여한 사실이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었을 뿐 최씨 사익 챙기기를 도울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도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 청구의 사유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정치권 등에서는 박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5월 9일 대선이 열린다는 점에서 검찰이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하려고 영장 청구 여부 결정 및 기소 시점을 그 이후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왔지만, 검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지체 없이 결단을 내리는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는 현직 대통령 후보가 아닌 전직 대통령의 비위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사법 정의를 세우는 소추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이 법과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본격 선거 운동이 펼쳐지기 전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여부와 결정 시점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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