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16분에 멈춘 시계, 친구·선생님 모두 돌아와야 움직일 것"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사랑한단 말 왜 못했을까. 후회된다. 마음껏 안아주고, 다 퍼줘도 모자란데…."
세월호 참사 3년.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누구보다 애가 타는 사람은 미수습자 가족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아직 수습되지 못했을 뿐, 여전히 배 안에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안산 단원고에는 벌써 3년째 주인을 기다리는 미수습자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교장실 한쪽에 줄지어 서 있는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그리고 고창석, 양승진 교사의 책·걸상은 벌써 3년째 주인의 귀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해 8월 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 교무실 1칸의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됐다.
그러나 사망이 공식 확인된 희생자가 아닌 단원고 소속 미수습자 6명(학생 4명, 교사 2명)의 물품은 임시 이전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물품을 함부로 옮길 수 없다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반대 때문이다.
단원고는 기억교실 이전 작업을 마무리한 후 지금까지 미수습자들의 책·걸상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초콜릿과 과자, 음료가 놓인 책상에는 가족들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꽃이 풍성했다.
23일로 참사 1천73일째, 백년 천년 보다 긴 하루하루가 더해져 흘러가는 동안 켜켜이 쌓인 편지에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허다윤 양의 언니는 "얼마나 차가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상상도 안 될 만큼 아팠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웠지…"라며 "미안해 어린 너한테 아픈 상처를 줘서"라고 눈물 섞인 글을 남겼다.
이어 "사랑한단 말, 가는 날까지 단 한 번도 해주지 못해 죄책감이 들어"라며 "왜 못했을까. 후회된다. 마음껏 표현해주고, 마음껏 안아주고, 다 퍼줘도 모자란데…" 라고 애끓는 심경을 나타냈다.
한 시민은 조은화 양에게 남긴 글에 "무심코 바라본 시계가 4시 16분에 멈춰 있네요. 그 날에 멈춰 있네요. 은화 양과 친구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돌아올 때 저 시계도 움직일 것만 같아요"라며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테니,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돌아와요. 진실이 온전하게 드러났을 때 슬픔과 위로의 눈물을 흘릴 거에요"라고 썼다.
지난 3년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통해 이번 만큼은 꼭 아이들을 품에 안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는 "다윤이의 옷, 신발이 모두 올라왔는데, 다윤이만 나오지 않았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우리 딸을 꼭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 또한 미수습자들의 귀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산 합동분향소에 남은 유가족 김내근 씨는 "세월호 인양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수습자 수습이다. 가족들 모두 미수습자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찾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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