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속 기름 유출 대비 오일펜스 설치
(동거차도[진도]=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9명을 모두 찾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선미만 남기고 물에 잠길 때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쳤던 진도군 동거차도 주민들은 23일 세월호 선체에 대한 인양이 본격화되자 한결같이 성공적인 인양을 바랐다.
이날 오전 3시 45분께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동거차도를 찾은 취재진과 피해자 가족, 섬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TV 뉴스에서 세월호 선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가 하면, 아직 찾지 못한 9명을 한시라도 빨리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조광원(64)씨는 "3년 전 구조활동을 벌인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호를 다시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미수습자를 모두 찾아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거차도 주민들은 이날 15척의 어선을 이끌고 인양 현장 인근에서 혹시 모를 기름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70ha 규모의 미역양식장이 인양 현장에서 지척인지라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미역 수확기가 다가온 데다, 세월호 인양 작업까지 겹쳐 인양 작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겪은 기름 피해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지만, 세월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차마 고통을 꺼내지도 못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오일펜스 작업을 하면서도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마무리돼 미수습자를 하루빨리 찾고 진상이 규명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주민은 "우리가 받은 물질적 피해도 크지만, 무엇보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인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우리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참사 1천73일만인 23일 새벽, 3년이라는 세월에 녹이 슨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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