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 MVP' 스트로먼, 어머니의 나라에 '비수'

입력 2017-03-23 14:49  

[WBC] '대회 MVP' 스트로먼, 어머니의 나라에 '비수'

푸에르토리코인 어머니로 둔 스트로먼, 미국 대표 선택해 우승까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는 오른손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26)은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키 1m 73㎝인 스트로먼은 21세기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6명의 '신장 1m 75㎝ 이하 투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키가 작지만, 구위만큼은 '키다리' 선수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스트로먼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푸에르토리코와 결승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미국은 스트로먼의 호투를 등에 업고 8-0으로 승리, 4회 대회 만에 처음으로 WBC 정상에 올랐다.

이날 스트로먼은 7회 선두타자 앙헬 파간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허용하기 전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쳤다.

내로라하는 푸에르토리코 강타자도 스트로먼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고, 수많은 땅볼만 때렸다.

스트로먼은 아웃카운트 18개 가운데 12개를 땅볼로 처리했고, 뜬공은 3개뿐이었다.

앞서 푸에르토리코와 2라운드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4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스트로먼은 미국에 첫 우승 트로피를 안긴 공을 인정받아 대회 MVP로 선정됐다.

스트로먼의 이번 대회 성적은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35다.




사실 스트로먼에게 이날 푸에르토리코와 결승은 수많은 '번민'을 안겨줬다.

뉴욕에서 경찰로 일하던 아버지 얼 스트로먼과 푸에르토리코인 어머니 아딘 아우판트 사이에서 1991년 태어난 스트로먼은 5학년 때 부모의 이혼을 겪는다.

미국 국적을 지닌 스트로먼은 WBC의 독특한 규정으로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모두 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스트로먼은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2013년 푸에르토리코 대표로 WBC에 출전하기를 원했지만,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은 숱한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를 외면했다.

그 사이 스트로먼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선발투수로 성장했고, 미국 대표팀의 합류 요청을 받아들여 '어머니의 나라'를 상대하게 됐다.

그래서 푸에르토리코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미국의 해외 속령인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대통령 투표권을 갖지 못하는 등 '2등 국민' 취급을 받는다.

푸에르토리코에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도구나 다름없는데, 스트로먼은 이번 대회 '어머니의 나라'에 비수를 꽂았다.

이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결승 마운드에 오른 스트로먼은 묵묵히, 그리고 공 하나하나 기를 불어넣고 투구했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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