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세론'에 '불안'도 공존…"잘헌다고 하니께" "회의를 느껴버렸당께!"
"안철수, 야무라졌어…文과 붙으면 安 찍지"…'투표유출'엔 "맨 저놈들 그래"
(광주·전주·목포·순천=연합뉴스) 고상민 서혜림 최평천 기자 = "문재인 뽑으면 나아지겄제∼호남에 잘한다고 허니깐", "문재인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래서 막 많이 싸우잖아. 일찌감치 안 뽑는다고 맴 정했어."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더불어민주당(27일)과 국민의당(25일)의 대선경선 호남 순회투표가 목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통적 야권의 텃밭이자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내 경선을 '기적의 드라마'로 만들어놓은 이곳의 풍향은 '지역경선'의 의미를 훌쩍 넘는다. 경선판의 큰 흐름을 사실상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활적 승부처'로 일컬어진다.
각 주자가 너나 할 것 없이 신발창이 닳도록 전남·북을 누비며 화력을 '올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주자들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직접 현장에서 바라본 호남은 그야말로 복잡하고 미묘했다. 22∼23일 광주와 전주, 목포, 순천에서 만난 지역민들의 마음을 똑 부러지게 읽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여론조사에 투영된 것처럼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언급하는 시민들이 많았고, 그의 청렴성·준비된 모습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로부터는 100% 흔쾌한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도 읽혔다.
'대세론'을 말하면서도 "문재인이 될 거 같은데 불안허다"라거나 "어차피 될 사람 찍자는 걸로 문재인을 찍을라 하더라"라는 '마지못한' 마음도 감지됐다.
문 전 대표의 한계를 지적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의 신뢰성,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명성에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강철수'다운 면모에 기대를 거는 지역민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읍서, 읍서~! 회의를 느껴버렸당게. 다 그 판서 노는거 아니여~"라면서 정치권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표출하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막판까지도 확실히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고, 후보들을 이리저리 재면서 촉박하게 흘러가는 대선판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가장 많이 이유로 꼽았다.
금남로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26)씨는 "경험도 일단 많지 않나"라면서 "문재인을 뽑으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 모 씨도 "비서실장도 하고, 대선도 해봤으니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안 지사의 '젊은 도전'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광주 남구에 사는 김모(46)씨는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양동시장에서 제사음식을 만들어 파는 김모(44)씨는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허잖는가"라면서 "순간순간 자기 이익 때문에 이말, 저 말 했다 대통령이 되면 큰일 나지"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지역인만큼 이 시장의 '선명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금남로에서 만난 이모(34)씨는 "사이다 발언이 시원하지 않나. 속 시원하게 말하는 스타일이 맘에 든다"면서 "화끈한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두환 표창 발언'에서 번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네거티브 책임' 공방은 지역에서도 많이 회자한 모양이었다.
광주 택시 운전기사인 김모(65)씨는 "안 지사가 하는 걸 보면 당으로선 좀 안 좋다"면서 "같은 당이니까 자제허야지~"라고 말했다.
반면 광주 서구에 사는 김모(67·여)씨는 "자랑하듯이 말하는 건 거시기 해"라면서 "아예 말을 말아야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나"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전북도청 앞에서 만난 이윤자(55·여) 생명존중센터 이사장은 "경쟁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것"면서 "박근혜-이명박 경선땐 이것보다 더 했다. 조그만 지역정치에서조차 더 심하다"라고 했다.
민주당 비해 그 세가 좀 밀리는 듯 했지만, 국민의당 경선 역시 관심의 대상이었다.
양동시장에서 호떡을 파는 조경순(65·여)씨는 "안철수가 많이 야무라져어. 옛날 안철수가 아니여. 이제 자격이 생겼어"라고 안 전 대표를 추켜세웠다.
다른 한 상인은 "문재인 대세론은 없으요. 다들 고민하는 거제"라면서 "문재인허고 안철수가 붙으면 안철수를 찍제"라고 말했다.
도시를 다니면서 만난 지역민들은 대선주자들에 대한 진지한 평가를 내놓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세월호 인양을 언급하면서 "세월호가 요만큼 올라오는 것으로도 가슴이 아프더라. 박근혜의 얼굴이 떠올랐다"라며 "세월호가 박근혜를 침몰시킨 것이 아닌가"라면서 야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을 지지를 해줘도 삶의 변화가 없다면서 차갑게 돌아선 민심도 있었다.
전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61)씨는 "3년 전 민주당을 탈당했어. 그 전엔 많이 쫓아다녔지만, 이젠 다 실망해부렀어~"라면서 최근 현장개표 추정자료 유출에 대해서도 "맨 저놈들이 그렇지 뭐. 새삼스럽지도 않네 그려"라고 차갑게 말했다.
목포역 앞에서 렌터카업체를 운영하는 60대 시민도, '누굴 지지하나'라고 묻자 "정권만 잡으면 서민은 그냥 놓아버렸잖아"라면서 "문재인은 확실히 아니고, 안철수도 잘 모르겠고, 회의를 느낀 당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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