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소설 '난민 소녀 리도희' 낸 박경희 작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탈북 청소년들은 아직도 자기가 어느 쪽 사람인지, 조국은 어디인지 스스로 묻는 경우가 많아요. 난민이라고 하면 흔히 시리아 난민 같은 국제 문제를 떠올리지만, 저는 탈북 난민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화두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소설 '탈북 난민 리도희'(뜨인돌)를 쓴 박경희 작가는 23일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탈북민을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에 비유했다. 소설에서 주인공 리도희는 자유를 찾아 여러 나라를 떠돈다. 혼자서 캐나다로 갔다가 탈북 때 헤어진 엄마를 찾아 서울로, 다시 중국 옌지(延吉)로 향한다.
도희는 캐나다에서 남한 출신 친구 은우를 만난다. 은우는 남한의 교육열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치듯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조건과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똑같이 불안감과 외로움에 위협받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난민의 의미를 넓힌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에 쫓겨간 은우도 도희 같은 난민이에요. 남한 친구들도 정말 아픕니다. 아픔 속에 커가는데 서로의 아픔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2004년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한 작가는 탈북 청소년들이 모인 '하늘꿈학교'에서 8년째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 전에는 탈북민에 대해 관심도, 아는 것도 없었다. 부모와 함께 남한에 왔다가 캐나다로 이주하고,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는 탈북 청소년의 사연이 모티프가 됐다.
2013년 남북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류명성 통일빵집'을 낼 때만 해도 '탈북민 전문작가'가 될 줄은 몰랐다. 방송작가로 오래 일했고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에세이도 냈던 작가다. 하지만 "이 얘기를 진정성을 가지고 쓸 작가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탈북 청소년을 그린 소설을 연달아 냈다.
작가는 최근 인터넷포털 다음에 '탈북청소년, 그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탈북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스토리펀딩으로 후원금을 받아 하늘꿈학교 기숙사에 사는 아이들에게 피자와 치킨을 선물할 계획이다. 작가는 "탈북 아이들이 힘들게 넘어온 건 맞지만, 지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동정이 아니라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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