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정부 사드 요청 거절할 여지 없다"…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기업 구조 개혁보다 성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하지만 정부 뜻에 따를 수 밖에"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나는 그 나라(중국)를 사랑합니다. 우리(롯데)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랍니다."(I love that country. We definitely want to continue our business in China)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자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최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움직임과 관련, 중국을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땅'으로 묘사하며(describing it as the land of his ancestors) 중국과 중국 사업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조상' 언급은 신 회장의 성 신씨(辛氏) 뿌리가 중국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중국의 규제를 보고 "놀랐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롯데가 중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현재 2만5천 명의 직원이 현지에 근무하고 있으며, 중국 매출이 롯데 전체 매출의 10%에 이른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신 회장은 앞서 지난 1월, 이런 지정학적 논란(사드 관련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로 출국 금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방중 일정은 취소됐다.
그는 1월 중국 방문이 허용됐더라면, 이런 긴장을 풀 수 있었을 것으로 확신했다(If he had been permitted to visit China in January, Mr. Shin said, he is confident he could have defused the tensions)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하지만 양쪽(한·중) 상황이 더 악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긴장 완화가 어려울 것으로 그는 우려했다.
신 회장은 "(갈등 긴장 등이) 점차 사라지기를 바란다"(I hope it fades away)면서도 "해답은 없다"(I don't have the answer)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롯데가 중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갈등의 발단인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서는 "만약 정부가 우리와 같은 민간 기업에 땅(사드 부지)을 포기하라고 요청했다면, 우리에게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If the government asks a private corporation like ours to give up the land, then I don't think we have the luxury of rejecting the government)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상장 등 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입장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으나, 검찰 수사 등으로 계획을 일단 잠정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상장이 연기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를 포함한 식품·유통·호텔(서비스)·화학 4개 부문의 각 지주회사는 새로 만들어지는 롯데 지주회사로 합치고 호텔롯데의 사업부문 회사를 분리해 2019년께 상장하는 방안을 생각하는데, 먼저 상장부터하고 사후 지주·사업 회사로 분리하면 사안이 더 복잡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신 회장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 그룹 구조를 새로 바꾸는 것보다 계열사들의 성장 기회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며 "롯데의 구조를 바꾸려면 자사주를 사들이고 다른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 관료들의 요청에 따르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기업체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 같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 처방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10월 검찰로부터 비리 수사를 받은 뒤 대국민 약속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 투명·준법 강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상대인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화해하기를 바란다"며 "어릴 때 매우 가까운 사이로 자랐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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