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찰·스페인어 교수·미국 뮤지션…애끊는 희생자 면면

입력 2017-03-24 10:40  

영국경찰·스페인어 교수·미국 뮤지션…애끊는 희생자 면면

사망자 1명 늘어 테러범 포함 총 5명

"희생자 기억하자"…런던테러 이틀째 추모 물결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22일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테러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시민들은 테러로 희생된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테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이날 현재 런던 테러로 숨진 희생자는 테러범을 제외하고 총 4명이다.

키스 파머(48) 경관이 웨스트민스터 궁 앞에서 테러범 칼리드 마수드(52)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으며 맨 처음 테러범이 차를 몰고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로 돌진했을 때 스페인 출신 영국 여성 아이샤 프라드(43)와 미국인 관광객 커트 코크란(54)이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75세 남성도 이날 끝내 숨을 거뒀다.


테러범과 맞섰다가 숨진 파머 경관은 런던경찰청에서 15년간 근무하며 의회와 외교 경호업무를 맡았다. 그는 의회 경호팀 안에서 맡은 업무에 따라 무기가 지급되지 않는 구조에 따라 사건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파머 경관의 사망 소식에 온라인을 통한 모금이 이어지며 이미 수천파운드가 모였다.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자 유족은 성명을 내고 "그는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 사랑스러운 아들이자 동생, 삼촌이었으며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또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는 좋은 친구였다"며 "우리는 그를 사랑했으며 그를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머 경관이 경찰에 몸담기 전 왕립포병단에서 함께 근무한 제임스 클레벌리 하원의원은 23일 의회에서 발언 기회를 신청해 테러범을 막다 숨진 친구 파머 경관을 추모했다.

그는 "파머 경관은 강인하고 프로페셔널한 공직자였다.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뒤 이곳에서 다시 만났을 때 무척 기뻤다"면서 "그와 다른 공직자들이 이곳에서 우리를 위해 한 일을 생각하며 그의 용기와 희생을 사후에 인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부탁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파머 경관은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 하는 이들에게 맞서 민주주의의 심장을 지키고 우리의 도시를 보호하는 임무를 용감히 수행하다가 숨졌다. 우리는 마음으로 파머 경관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함께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지난해 6월 극우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한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의 남편인 브렌던 콕스는 파머 경관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범인의 이름은 중요치 않다. 난 이 이름(키스 파머)을 기억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노동당의 배리 가디너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살아서, 안전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은 파머 경관 덕분이다. 신의 은총이 그와 가족, 테러 희생자들과 함께하길 바란다"며 파머 경관의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런던경찰청 소속 경관이 순직한 사례는 2013년 과속 차량을 멈추려던 앤드루 던컨(당시 47세) 경관 이후 처음이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걷다가 날벼락을 맞은 아이샤 프라드는 인근 DLD 컬리지 학과장으로, 일을 마치고 각각 8살과 11살인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던 중이었다.

스페인 갈리시아 출신 어머니와 키프로스 섬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프라드의 죽음에 어머니 고향 마을인 갈리시아 베탄소스 시에서도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애도를 표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남편 또한 인생이 "완전히 찢겨나갔다"며 고통스러워했다고 한 친척은 전했다.

이웃들은 프라드가 "친절하면서도 강직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프라드가 재직한 대학의 레이철 볼랜드 총장은 "학생들과 동료가 모두 사랑하고 존경하던 사람"이라며 "(학교로선) 끔찍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망자 코크란은 미국 유타주 출신 뮤지션으로, 아내 멜리사와 유럽여행을 왔다가 일정 마지막 날 참사를 당했다. 코크란의 사망 소식은 유족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전해졌다.




코크란 부부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독일과 네덜란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를 거쳐 마지막으로 런던을 찾은 터였다. 아내 멜리사의 부모님이 런던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체류 중이었기 때문이다.

유족은 코크란을 7세에 기타를 잡은, 음악을 사랑하던 사람이자 좋은 남편이자 가족으로 기억했다.

처제인 샨텔 페인은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그리울 것"이라며 "평안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인인 클리브 페인도 "커트는 좋은 남자이자 딸에게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다리와 갈비뼈 골절, 머리 부상으로 입원한 멜리사를 위해 온라인상에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코크란 부부가 자영업자여서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망자 외에도 40명이 부상한 가운데 20여명이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중상자도 상당수 포함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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