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올들어 신종 단기자금 조달을 대폭 확대한 중국 은행들이 단기 자금시장 금리가 치솟으며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2013년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아수라장이 재연될까봐 공포에 떨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금융시스템에는 1개월∼1년 만기인 채권 형태의 대출상품인 'NCD'(Negotiable certificate of deposit)라는 신종 유령이 출몰했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NCD를 활용한 자금조달을 대폭 늘렸는데, 중국 당국이 자산버블 억제를 위해 단기자금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NCD 금리가 빠르게 치솟아 투자손실은 물론 갑작스러운 자금경색에 직면했다.
중국 중소규모 은행들은 올들어 NCD를 팔아 4조4천억 위안(718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폭증한 규모다.
2013년 금리자유화와 함께 개시된 은행들의 NCD 발행은 2014년 8천990억 위안, 2015년 5조3천억 위안에 이어 작년 13조 위안(2천122조 원)까지 폭증했다.
은행들은 NCD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수익 장기상품인 회사채나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투자상품에 투자했다.
이런 가운데 AA-등급 NCD 3개월물 금리는 작년 10월 2.9%에서 최근 4.72%까지 폭등했다.
류동량 초상은행 선임애널리스트는 "NCD를 보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만약 적절히 다뤄지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발행비용이 투자수익을 계속 상회한다면 매도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안 그래도 취약한 시장에 추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은행들의 NCD 발행 붐은 중국 당국이 은행들에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레포(환매조건부채권) 발행을 대폭 줄이게 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8월 긴축에 나서면서 59조8천억 위안에 달했던 레포 거래가격 규모는 35조8천억 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가장 인기 있는 하루짜리와 7일짜리 레포 공급을 줄이고, 단기자금금리를 끌어올리는 한편, 은행들에 레포를 활용한 차입투자를 금지했다.
중국 증권사와 은행, 사모투자펀드(PEF) 등 금융기관들은 레포를 활용해 베팅액수를 4∼5배로 늘리는 등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차입투자에 열을 올렸었다.
왕밍 상하이 야오지자산운용 파트너는 "NCD가 레포를 대체해 은행들이 차입을 높이는 새 장난감이 됐다"면서 "자금조달비용이 5%에 가까운데, 수익률은 4%밖에 안 나는 상황이라면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자금조달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으면서 중국 은행들은 NCD를 되갚기 위해 새 NCD를 발행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소규모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NCD를 벌충하지 못해 중국 자금시장을 더욱 안 좋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조사회사 로디움 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NCD규모는 1조6천300억 위안(266조 원)에 달한다. CICC는 NCD발행액 중 절반 이상이 2∼5월 사이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 단기물 기준금리인 7일물 레포금리는 지난 21일 소규모 은행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3.07%로 26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은 바 있다.
중국 은행들이 NCD 상환 연장에 실패하거나 채무불이행에 빠진다면 2013년과 같은 아수라장이 반복될 수 있다. 당시 중국 콜금리는 25%까지 치솟았었다.
CICC는 "단기자금금리가 계속 치솟아 중국은행들이 NCD로 손실을 보면 한동안은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2분기 이상 지속한다면 많은 은행은 이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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