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기·가속도 센서…생태 연구 돕는 기기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 안에서 몸길이 1m, 몸무게 40kg의 개코원숭이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한 가정집 주방에 뛰어들어 음식을 훔쳐간다. 이는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개코원숭이의 침입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영국 스완지대와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24일 개코원숭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가죽 목걸이에 위치추적기와 가속도 센서가 붙어있어 원숭이가 움직인 방향은 물론, 걸었는지 뛰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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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10개에서 252일간 얻은 데이터를 종합하면 각 개코원숭이의 이동을 3차원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원격으로 원숭이 행동을 추적하며 공격 행동 패턴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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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연구진은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몸길이 20cm, 무게 100g 정도인 아메리카 메추라기도요(Calidris melanotos) 수컷의 짝짓기 여정을 연구하기도 했다. 성인 손만 한 작은 새가 번식을 위해 한 달간 이동하는 거리는 평균 3천21km나 됐다. 이는 서울∼부산을 7.5회 왕복하는 거리다. 그간 메추라기도요 수컷이 최대한 많은 암컷을 만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류 전문가인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는 "기존에는 9.5g짜리 위치추적기를 써왔기 때문에 연구 대상이 중형·대형 종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5g짜리 수신기를 이용해 소형 종의 번식지 범위,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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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사도 이런 야생동물용 위치추적기를 개발한 바 있다. 백 박사팀은 국내 야생동물연구 벤처기업인 한국환경생태연구소와 함께 SK텔레콤의 기술 지도를 받아 지난 2013년 위치추적기 'WT-200'을 제작했다. 이 기기를 야생동물의 몸에 붙이면, 이동 경로가 가까운 SK텔레콤 기지국으로 신호가 들어와 웹이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통신망을 이용하는 만큼 위치의 오차범위가 40m 이내다. 위성 GPS를 기반으로 한 기존 추적기의 오차범위는 50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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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사팀은 이 위치추적기로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밝혀내기도 했다. 몽골을 떠난 독수리는 중국 동북쪽의 츠펑(赤峰), 랴오양(遼陽) 일대를 지나 북한 신의주, 평성 등을 통과해 휴전선을 넘었다. 이동 거리는 1천740km 정도이며, 약 22일이 걸렸다. 3월 말이면 이들은 다시 북으로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때는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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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남극 동물의 생태 연구에도 이런 기기가 쓰인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팀은 2014년 11월 세종기지 인근에 사는 젠투펭귄, 턱끈펭귄 수십 마리에 위치추적기와 온도 센서, 가속도 센서, 카메라 등이 달린 자동기록기를 붙였다. 이 기기는 펭귄의 이동 경로는 물론 주변 환경의 상태까지 기록한다. 이어 연구진은 작년 11월에는 남극 로스해 인근에 사는 아델리펭귄에도 위성추적기를 부착해, 생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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