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쪼개기 등 잇따라 '제도 보완' 지적…"후보 정견 발표·시민 참여 필요"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도내 기초의회 곳곳에서 의장단을 나눠 먹기 위한 '짬짜미 각서' 작성이 되풀이 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끼리 밀실에서 짜고 각서를 쓴 행위가 도덕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조항이 마땅치 않아서다.
최근 남해군의회에서는 다수당 의원끼리 상·하반기 의장을 돌아가며 맡기로 밀약한 합의 각서 존재가 드러났다.
해당 각서는 2014년 당시 군의회 전체 의원 10명 중 다수이던 새누리당 소속 6명이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어 작성했다.
각서에는 상·하반기에 누구를 의장으로 추대할지 미리 정해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상반기 의장은 각서대로 선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의장 선거에서 합의가 틀어진 이후 각서 존재가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군의원들이 본연의 역할보다 의장단 자리를 독차지하는 데 혈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비판에도 의원끼리 담합해 각서를 작성한 행위 자체는 법적 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회 내부에서 의원간 치러지는 의장단 선거는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의장단 선거에서 각서뿐만 아니라 돈이 오갔다면 정치자금법이나 형법 적용도 가능하지만, 각서 작성만으로 처벌할 법상 근거는 없다고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설명했다.
남해경찰서 측도 "(지역사회 법 감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법적으로는 의원들끼리 표결할 때 자기들끼리 합의 각서를 썼다는 것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그 과정에서 다른 위법 행위는 없었는지는 추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의령군의회에서도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나눠 먹기를 약속한 혈서 각서의 존재가 알려지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연루된 의원들은 현재까지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당시 군의회 전체 의원 10명 중 6명은 상·하반기 의장에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로 약속하고 2014년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동료 의원에게 본인을 찍으라며 혈서 각서 사본을 보여주는 등 협박한 혐의를 받던 모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지만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각서로 하는 밀실 담합이 도덕적 비판과는 별개로 법적 처벌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자 의장단 선출 방식과 관련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입후보제를 실시하고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강화해 담합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입후보 방식의 선거가 바람직하다"며 "모든 입후보자가 반드시 공개 정견 발표를 하는 등 투명하게 (선거) 활동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이어 "법적 처벌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시민에게 의원들의 '합의 각서'는 부정하고 부도덕한 일임에는 틀림없다"며 "제도 보완은 물론이고 의원 개개인의 자성도 필요하다. 유권자들도 의회를 향한 감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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