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자 "北은 잠재적 적…사드보복 누구 아이디어냐"

입력 2017-03-24 15:16  

中학자 "北은 잠재적 적…사드보복 누구 아이디어냐"

"한중갈등은 적이 중국에게 바라는 일"…"사드 출구전략 찾자"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 학자가 최근 한 대학에서 "사드보복은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냐"고 설파한 강연이 중국 지식인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가 지난 19일 다롄(大連)외국어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은 잠재적 적이고 한국은 친구일 수 있다"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허점을 밝힌 강연록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강연의 요지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국가시책으로 추진하면서도 주변국들의 속내가 모두 중국에 비우호적이며 위기가 도처에 도사리는 상황에서 사드 갈등은 중국의 또 다른 실책이라는 것이다.

선 교수는 동북아에서 중국의 발전과 주변 안정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일본간 목표·이익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한국 가운데 누가 중국의 적이고 친구인지를 분간하는게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북한·중국은 동맹관계이고 미국·일본은 한국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십년간 투쟁의 결과와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미 상황은 근본적 변화를 겪었다"며 자신의 판단으론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 적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가능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국의 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북중교류 문헌과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북중이 친구이고 동맹이었을 때는 마오쩌둥(毛澤東)과 김일성이라는 두 지도자간 특수한 우의에 기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가지 측면에서 북중 혈맹관계가 이미 철저하게 와해됐다고 봤다. 외교적으로는 1970년대 미중관계의 해빙기가 시작되자 북중 동맹의 기반이 흔들렸고 경제적으로도 무산계급 연계론과 무상 원조에 의존했던 양국 경제관계가 중국의 시장경제 체제 도입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1983년 북한이 중국 선양(瀋陽)에 마오가 제공했던 비행기를 보내 무상 수리를 요청하자 개혁·개방에 나선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의 말을 뒤집어 "우리는 무기상이기도 하고 장사치이기도 하다"며 이를 거부한 일을 예로 들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1992년 한중수교가 계기가 됐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미국이 대중 봉쇄에 나서자 덩샤오핑은 지속적인 개혁·개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한국을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

김일성은 중국이 북한을 '팔아넘겼다'고 생각했고 이후로 북중 혈맹관계는 더는 존재치 않게 됐으며 이는 또한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선 교수는 지적했다.




선 교수는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의 핵개발 전략은 북중관계의 근본적 변화, 그리고 한중수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북중은 이미 전우가 아니며 단기간내 북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대응이 계속 맞물리게 된 결과 실제 압력을 받고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중국과 한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중국의 '친구'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중 수교후 중국과 한미간 냉전 상태가 종료되고, 역사적, 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경제·무역의 상호 보완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경제 외적으로 전략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위협이 되느냐인데 진정으로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일 뿐 한국은 아니다"며 "한미일 철삼각 동맹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은 중국에 '이용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나는 현재 중국의 사드 문제 대응에 매우 반감을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아이디어(사드보복)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중관계의 제고는 한미일 동맹을 비틀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서 "(중국 외교당국자는) 머리도 없느냐. 당신들은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에 계속 밀어넣고 있다. 주변 이웃국이 어떻게 보겠느냐. 적이 우리에게 바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이런 행동은 한국의 상심한 여론을 돌아서게 할 것"이라며 "민주국가에선 민의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단기적 행동으로는 중국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한국 민심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사드 논란에 따른 한중 갈등 상황을 가장 즐기는 곳이 미국이고, 그 다음이 북한일 것이라는게 그의 관측이다.

예비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선 교수의 강연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목표가 무엇이 돼야 하느냐로 옮겨갔다. 그는 중국이 한미일 동맹을 깨려고 하는 이유가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안정 구축과 근원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통일 문제를 언급할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도 벗어날 수 없는 주제라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남한내 혁명을 촉발해 정부를 전복시킨 다음 무력통일하려는 북한 구상의 허구성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직접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촛불집회 시위대를 따라 행진하면서 '한국에선 (북한이 바라는) 혁명은 불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00만명이 시위를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완전한 사회법치 체계로 진입한 나라에서 김일성 시대의 무력통일 구상이 가능하겠느냐.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지난해 일본에서 펴낸 저서 '최후의 천조(天朝) 마오쩌둥·김일성시대의 중국과 북한'에서 김일성의 무력통일 구상을 마오쩌둥이 외면한 일화 등 북중 '혈맹관계'의 이면을 파헤친 바 있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중국 내부의 논의도 그 근거로 제시된 동북 영유권 분쟁 가능성이나 탈북 난민의 유입 가능성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주장했다.

자신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대한 것처럼 한중 양국 일부의 편협한 역사 해석과 국수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영유권 주장에 크게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한국이 잠재적 친구라는 것이 정확하다면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특히 동북 지방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북 3성의 경제발전 전략상 목구멍을 막고 있는 북한이 뚫려 한반도와 통해지면 동북의 살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서 사드 문제를 재언급하며 "중국의 한반도 문제 대응이 갈수록 피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사드 이슈에서 양측이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사드보복, 반한 감정은 머리에서 지우고 한국의 결정에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어떻든 한국인은 한국인의 지혜가 있을 것이고 중국인도 나름의 지혜가 있다. 정확한 위치가 정해진다면 적과 친구는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선 교수의 주장은 웨이보 등에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시야가 열렸다", "다시 생각해볼 기회"라는 반응과 함께 "위험한 생각인 것 같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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