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업무정지 '철퇴'…회계업계 지각변동

입력 2017-03-24 16:20   수정 2017-03-24 16:24

딜로이트안진 업무정지 '철퇴'…회계업계 지각변동

'빅4체제'서 '빅3체제'로 급속 재편 예고

딜로이트와 파트너십 유지여부 관건…회계감사의 질 하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금융당국이 24일 '12개월 업무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이에 따라 회계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딜로이트안진은 감사대상 회사가 1천100여개에 달하는 회계업계의 '빅4' 법인이다. 그만큼 감사대상 회사들이 새 회계법인을 찾는 데도 혼란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제재의 실효성'과 '시장혼란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제재 결정 시기를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끝날 무렵인 3월 말∼4월 초로 조정하면서도 업무정지 시작 시점을 4월로 설정했다. 업무정지 범위도 전체 업무가 아닌 신규 업무로 한정했다.

피감회사들이 새 감사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시장 안정화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빅3' 법인으로 일감이 몰리면서 회계감사의 질이 오히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일부 신규감사' 한정에도 인력·고객 이탈 전망

이번 업무정지는 주권상장법인과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감사 업무에 한정된다.

작년 기준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를 받은 기업 중 3년차로 재계약 대상인 회사는 80여곳, 지정감사 회사는 70여곳으로 알려졌다. 비상장회사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 구체적인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안진의 회계감사를 받는 회사가 1천100여개임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수치로만 보면 많지는 않다.

다만 계약 규모가 큰 상장사와의 재계약이 어려워진 데다 그룹사의 경우 계열사들이 같은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남은 상장 계열사나 비상장 계열사의 계약 해지가 잇따를 수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대우조선 담당 회계사 중 4명은 등록취소 처분을 받았다. '소속 회계사의 등록취소'는 감사인 해임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회사는 감사인선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감사인을 교체할 수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들 회사와의 계약 유지에 총력을 쏟겠다는 입장이지만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수많은 회사가 새 감사인을 찾게 될 경우 회계감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딜로이트안진 정도의 법인에서 감사를 받던 기업이 아무 회계법인에 가서 감사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빅4' 중 나머지 3곳에 계약을 맺을 확률이 높은데, 인력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감사회사가 많이 늘어나면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현재 감사대상 회사 중 95% 이상은 1~3월에 회계감사를 받는 12월 결산법인이다.

◇ 딜로이트 파트너십 유지 여부…존폐 판가름

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국내 '빅4' 회계법인은 모두 글로벌 회계·컨설팅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만약 딜로이트 글로벌이 주요 고객사를 잃은 안진회계법인과의 파트너십을 해지한다면 딜로이트안진은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대형 상장사는 해외 진출 등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법인과 제휴한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는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금융당국의 감리가 마무리될 즈음인 작년 말부터 감사부문과 컨설팅부문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 역시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딜로이트안진은 "딜로이트 글로벌과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마냥 신뢰하기는 어렵다.

최근 업계에서는 딜로이트가 새로운 파트너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앞서 KPMG도 산동회계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지만, 산동회계법인이 업무정지로 폐업하자 산동과의 파트너십을 해지하고 삼정회계법인과 제휴를 맺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딜로이트안진의 대우조선에 대한 분식회계 방조에는 법인내 품질관리시스템의 부실 문제가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제재가 발효되는 다음달인 4월 6일부터 딜로이트안진 품질관리실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 딜로이트안진의 운영 상황과 업계 변화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cho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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