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포메이션도 선수들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원정 경기 약세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부분 탓"
(파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울리 슈틸리케(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거취 문제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만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24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도자 임기가 여러 상황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저는 제 거취 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A조 조별리그 6차전 중국과 원정 경기에서 0-1로 졌다.
3승 1무 2패가 된 우리나라는 이란(승점 14)에 이어 승점 10으로 조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우즈베키스탄(승점 9), 시리아(승점 8) 등의 추격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위가 되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축구팬들 사이에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시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계에서 40년간 종사하면서 지도자의 길이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종예선에서 2패를 당한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에 동감한다"며 "하지만 분명한 점은 28일 시리아와 경기 등 앞으로 좋은 쪽으로 변화를 주면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 경기 4-2-3-1 전술만 구사한다는 지적에 대해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는 같은 포메이션을 서더라도 선수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전술적으로 이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의 전술 부재보다는 선수들의 실행 능력이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답변이었다.
조별리그 6경기 가운데 원정 3경기에서 무득점에 1무 2패로 부진한 성적에 대해 그는 "체력이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홈에서는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전반에 뒤지다가 역전에 성공했다"며 "이는 홈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경기를 하다 보니 힘이 더 생겨서 그런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원정에서는 그런 추진력을 덜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장 어제 중국 원정에서도 남태희가 경기 시작 후 7분 사이에 공을 네 번이나 뺏겼다"고 지적하며 "남태희가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수지만 그런 실수를 한다는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국처럼 월드컵 본선에 8회 연속 진출한 나라에서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이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단 원정에서 이기는 것이 이런 부분을 개선할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또 "이런 대표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 주말 K리그 경기를 보면서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며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표팀 간판선수인 손흥민(토트넘)이 중국과 경기에 결장한 것에 대해 그는 "손흥민 때문에 졌다고 하면 같은 포지션에서 뛴 다른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손흥민이 나와서도 고전한 경기가 있기 때문에 팀 전체를 놓고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경고 누적으로 28일 시리아와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놓고 슈틸리케 감독은 "대신 손흥민이 나올 수 있다"며 "손흥민이 열심히 움직인다고 해도 공이 연결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 공격 전개 과정이 잘 이뤄지도록 잘 분석해서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중국에서 귀국한 대표팀은 오전 NFC에서 휴식을 취했으며 오후 4시부터 가벼운 회복훈련으로 28일 열리는 시리아와 경기를 준비했다.
대표팀은 26일에는 시리아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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