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으로 뛰다 올해 5선발로 낙점…"선발 등판 아직도 떨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마운드를 내려온 함덕주(22·두산 베어스)가 유희관(31)에게 물었다.
"어떻게 공 100개 이상을 던질 수 있나요."
유희관은 "선발로 계속 던지다 보면 노하우가 쌓인다"고 후배를 격려했다.
지난해까지 불펜으로 뛰던 함덕주는 2017년 두산 5선발 자리를 꿰찼다.
함덕주는 2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타이어뱅크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정규시즌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했다. 그는 4⅔이닝을 5피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수는 94개였다.
5회초 2사 후 김헌곤과 박해민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아 실점한 그는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뒤 만난 함덕주는 "5회를 채우고 싶었는데 투구 수가 늘어나니 힘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유희관 선배께 '어떻게 100개 이상을 던질 수 있는가'라고 여쭤보기도 했다. 투구 수 60∼70개까지는 불펜으로 뛸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 100개에 가까워지면 어려움이 있다"며 "힘 조절을 하는 방법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함덕주에 대한 두산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좋다.
그는 18일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올해 시범경기에서 2경기 8⅔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77로 호투했다.
유희관의 말처럼 선발에 익숙해지면 노하우도 생길 터다.
함덕주가 선발 수업을 시작한 것도 김태형 감독의 뜻이었다.
함덕주는 "사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올해도 불펜에서 던지는 줄 알았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에서 함덕주를 지켜보며 '선발 투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함덕주는 크게 부진했다.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1군에서 15경기만 등판했다.
함덕주는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겠나"라는 코칭스태프의 질문에 "훈련을 일찍 시작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2015시즌 종료 뒤 비시즌을 너무 안일하게 보냈다. 결국 2016년에 부진했다"며 "비시즌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마무리 캠프부터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함덕주는 두산의 5선발로 낙점됐다.
아직 선발 등판이 낯설긴 하다. 함덕주는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할 때도 떨리더라"며 "정규시즌에는 더 떨릴 것 같다"고 했다.
그 떨림 뒤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 함덕주는 "선발로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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