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4일 간판 교체와 조직 대수술을 결정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역사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만남에서 전경련의 싹이 텄다.
그 자리에서 이 창업주는 기업인단체 설립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축재 혐의 등으로 구속된 기업인 석방을 제안하면서다.
이후 이 창업주 등 기업인 13명은 한국경제협의회를 만들었고 그해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꿨다. 주요 민간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도 회원사로 받아들이면서 외형도 키웠다.
이후 전경련은 재계에서 가장 위상 높은 단체로 군림했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구자경 LG[003550] 명예회장, 최종현 SK 회장, 김우중 대우 회장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았다.
재계의 굵직한 현안은 당연하다는 듯 전경련에서 논의됐다. 1980년대 신군부가 집권한 이후 산업합리화 조치를 할 때를 비롯해 김대중 정부 시절 '빅딜 협상'도 전경련이 막후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전성기를 누린 것이다.
그러다가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비판받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위상이 크게 약해졌다. 선뜻 회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여러 차례 회장 자리를 고사했다.
허창수 회장은 2011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월에 물러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지만 마땅한 후임이 없고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연임에 나섰다.
전경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삼성을 비롯해 주요 기업에서 774억 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수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몰린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더는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작년 12월 27일 LG가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 탈퇴를 공식 통보한 데 SK, 현대차[005380]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했다.
4대 그룹은 2015년 기준으로 전경련 연간회비 492억 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 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와해 위기 속에서 전경련이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혁신안 발표장에서 '해체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많은 국회의원과 회원사 관계자를 만났는데 전경련이 아니면 안되는 고유 기능이 있기 때문에 존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한미 관계가 좋지 않을 때 기업이 나서서 개선한 적이 있는데 이런 기능은 앞으로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한국기업연합회가 예전의 위상과 역할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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