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합의 기술해라" 강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의 올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보관련법제(이하 안보법) 관련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일본 정부가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뀌었다는 것을 적극 알리기 위해 출판사들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24일 일본 정부가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발표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중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집단적자위권행사와 관련해 수정 요구를 받은 것은 모두 6종에 이른다.
한 정치경제 교과서는 신청본에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일부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 가능한 것으로 변경됐다"고 기술했다가 문부과학성으로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판사측은 교과서에 "일정 요건을 채운다면 일부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 가능한 것으로 변경됐다"고 적은 뒤 '요건'에 대해 '우리 나라의 존립 위기 사태, 다른 적당한 수단 없음,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행사'라고 자세히 서술하고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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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은 일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타국이 공격을 당했을 경우 일본 스스로가 공격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해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자위대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안보법을 강행처리하면서 전쟁가능한 나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노골적으로 관련 내용을 충실히 다룰 것을 요구받은 출판사와 편집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정부가 출판사에 "제도인 만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관련 내용을 상세히 다룰 것을 요구했지만, 교과서 집필자들은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싸고 많은 헌법학자들이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교과서 집필자는 교도통신에 "무력행사에 관한 정부견해의 논리는 (정교한 것이) 유리세공같다. 무리해서 교과서에 채워 넣으려고 하면 왜곡이 생긴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집필자는 "사실관계가 틀린 것만 지적하던 교과서 검증이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바뀌었다"며 "정부의 견해를 중시하거나 난징(南京)학살의 희생자 수처럼 통설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그것(통설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견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검정 과정에서도 적지 않았다.
한 일본사 교과서는 신청본에서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다"고 기술했다가 "최근의 동향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관련 기술을 추가한 뒤에야 합격 도장을 받았다.
통신은 이와 관련해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이 한국에서 한일합의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 날 가능성이 높은 유동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 배우게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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