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행사 취지 안 맞아"…화상참가 제안 거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오는 5월 개최되는 유럽 최대 음악 경연 축제 '유로비전'에 자국 대표의 화상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유럽방송연맹(EBU)의 제안을 거부했다.
유로비전 러시아 측 주관사인 국영 TV방송 '제1채널' 측은 음악제 주최국인 우크라이나의 입국 거부로 행사 참가가 좌절될 위기에 처한 러시아 대표 율리야 사모일로바에게 러시아에서 노래하고 이를 위성 통신을 통해 화상으로 생중계하는 방식의 참가를 허용하겠다는 EBU의 제안에 "이상한 제안이며 행사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거부한다"고 밝혔다.
제1채널은 유로비전 행사 주최국은 모든 참가자의 입국 비자를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사모일로바의 입국을 금지한 주최국 우크라이나의 조치는 행사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는 러시아 측이 화상 참가라는 편법으로 대회에 참가할 뜻이 없다고 분명히 하면서 "EBU는 러시아 대표를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규범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유로비전 축제를 주관하는 EBU는 전날 "행사의 비정치적 성격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모색했으며, 그 결과 사모일로바가 위성 통신을 통한 TV 생중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EBU의 조치는 크림 방문 이력을 문제삼아 사모일로바의 자국 입국을 금지한 우크라이나와 이를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한 러시아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중재안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모일로바의 유로비전 참가는 사실상 좌절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전날 "유로비전 러시아 대표인 사모일로바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3년간 금지했다"면서 사모일로바가 2015년 6월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러시아가 불법 점령 중인 크림반도를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모일로바는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열린 스포츠 진흥 콘서트에 참가해 노래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며 크림을 방문하려는 외국인은 자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1956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유로비전 가요제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축제로 아바(ABBA), 셀린 디옹, 조니 로간 등 유명 가수들을 배출했다.
올해 축제는 오는 5월 중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40여 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27세의 사모일로바는 어린 시절 예방주사를 잘못 맞아 신체 장애인이 된 가수로 2014년 러시아 소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노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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