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광 이사장 "회원들 수술실력 평준화…서울행 필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 지방에 사는 이성수씨(47ㆍ가명)는 얼마 전 집 근처 병원에서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암세포를 빨리 발견했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들었다.
이씨의 가족들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곧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지방보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주변 지인들의 권유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에 진단을 내린 의사로부터 이씨가 아직 40대이고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으므로 수술 성공 확률도 매우 높다는 말까지 들었으나 이씨와 가족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위 사례는 암ㆍ뇌졸중ㆍ심장질환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를 두고 있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말로 위암 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가는 게 나은 것일까? 이에 위암학회는 위암만큼은 전국 어디에서나 평균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대한위암학회는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 개발ㆍ각 연구회 지방 순연 개최ㆍ세부 전문의 제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의 수술 실력이 거의 평준화됐으므로 지방에서도 안심하고 치료를 받아도 된다고 26일 밝혔다.
위암학회는 위암 치료를 하는 국내 의료진 대부분이 회원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 1천460명이 활동 중이다.
학회에 따르면 복강경ㆍ로봇수술 등 각종 의료장비를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 개발과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 적용을 모든 회원과 동영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 의료진까지 한국의 위암 치료 기술을 배우러 오는 경우가 해마다 늘고 있다.
또 위내시경연구회ㆍ복강경위장관연구ㆍ위식도역류질환수술연구회 등 5개 산하 연구회를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위장관외과 세부 전문의 제도를 통해 모든 학회 회원의 '수술 실력 상향 평준화'를 추구하고 있다.
위암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문수 순천향대천안병원장은 "학회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연구회에 대한 지방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다"며 "앞으로도 회원 간 학술적 교류를 위한 장을 더 넓히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위암학회는 매년 개최하고 있는 국제학술대회(Korea International Gastric Cancer Week·KINGCA)를 지방회원들의 참여율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과 지방을 번갈아가며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위암 치료만큼은 굳이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지 않아도 지방에 있는 거점병원에서 동일한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위암학회 측 주장이다.
김성근 위암학회 총무이사(여의도성모병원 외과)는 "위암 수술은 평균 4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의사 1명이 하루에 가능한 수술 횟수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병원 '이름값'에 의존하는 것보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치료를 받는 게 환자에게 더 이롭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위암학회는 지난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한 2차 위암 적정성 평가 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평가에서 종합점수 산출기준에 부합하는 전국 114개 의료기관 중 1등급을 받은 곳은 98개(약 86%)에 달했다.
특히 지역별로는 서울시 28개ㆍ경기도 24개ㆍ경상도 22개ㆍ충청도 9개ㆍ전라도 8개ㆍ강원도 4개ㆍ제주도 3개여서 1등급 의료기관이 비교적 전국 각지에 골고루 분포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성근 총무이사는 "1등급 의료기관이 서울에 많아 보이는 이유는 모집단(분포 의료기관 숫자)이 크기 때문"이라며 "지방에 사는 위암 환자들도 충분히 서울과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의료진도 대한위암학회 의견에 동의했다. 세계적인 위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일본 국립암센터 타케시 사노(Takeshi Sano) 교수는 "일본도 도쿄ㆍ오사카 등 대도시에 있는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지만, 지역별로 위암 치료 성적은 고른 편"이라며 "한국 의료진의 실력을 고려했을 때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우수한 위암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양한광 위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과)은 "모든 암이 그렇듯이 위암 역시 치료 시기를 늦추면 암세포가 더 커지거나, 다른 부위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굳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올 필요 없이 거주지와 가까운 병원을 이용하더라도 충분히 위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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