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사흘만에 귀환…하늘도, 팽목항도 울었다

입력 2017-03-25 14:27   수정 2017-03-25 17:27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사흘만에 귀환…하늘도, 팽목항도 울었다

선체 인양·선적 지켜보고 돌아와 자원봉사자들과 껴안고 눈물




(진도=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팽목항에는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붉은 등대에 그려진 노란 리본도, 추모 타일이 새겨진 바닥도 모두 젖었다.

25일 낮 12시30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선착장.

세월호 선체 인양과 반잠수선 선적 작업을 지켜보고 사흘만에 돌아온 미수습자 가족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중을 나온 자원봉사자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22일 '이제는 유가족이 되게 해달라'며 선체 인양 성공을 기원하며 무궁화2호에 올라 인양작업이 이뤄지는 해역으로 출발했다.

단원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배가 돌아오는 날 하늘도 울어서 비가 왔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이내 기운을 내서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모두 부를 수 있게 마지막 한 명까지 최선을 다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지켜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고인과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와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장 나가 있으면서 수색 중 돌아가신 잠수사분, 헬기사고로 돌아가신 소방관분, 그 가족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도 선체 인양·선적 성공 소식을 반기면서도 슬픔에 잠겼다.

이날 오전 7시 팽목항 붉은 등대를 찾은 김순남(59)씨, 같은 동네 주민 서경순(62)씨와 남동생은 세월호 추모 깃발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저리죠"

이들은 세월호 인양소식을 듣고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전날 저녁 서울에서 출발해 팽목항 근처 찜질방에서 쪽잠을 잔 뒤 이른 아침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미수습자들이 모두 빨리 발견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3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난간에 걸린 추도 현수막과 추모 타일을 천천히 읽거나 묵념을 하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세월호 추모 벤치에 묻은 빗물을 수건으로 닦아내던 김이영(36)씨는 "이 비가 인양의 고비를 넘긴 기쁨의 비인지, 가족 품을 목전에 둔 미수습자의 눈물인지, 한이 서린 팽목항의 눈물인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팽목항 방파제를 혼자 거닐던 최주영(41)씨도 "3년 만에 이 곳을 다시 찾게 됐다"면서 "이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팽목항 분향소는 낮 한때 추모객들로 붐볐다.

이날 오후 3시 팽목항에서는 전남지역 예술인들이 추모 공연을 할 예정이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펼쳐지는 행사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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