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에도 과학기술·문화·사회시스템 발전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일본이 장기침체로 경제적 위상이 위축됐지만, 과학기술과 문화 등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는 한국도 소프트 파워 기반을 확충하고 인구구조 변화 등에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6일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의 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일본의 위상은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초 자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고 중국 등 신흥국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경제적 규모와 위상이 떨어졌다.
전 세계 명목 총생산(GDP·시장환율 기준) 중 일본의 비중은 1994년 17.5%에서 2015년 5.6% 수준으로 줄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1995년 미국의 147.9% 수준에서 2015년 57.9%로, 1인당 실질임금은 1991년 미국의 81.8%에서 2015년 60.9%로 줄었다.
글로벌 교역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품과 서비스가 각각 최고 7.9%(1993년·3위), 8.2%(1989년·2위)까지 커졌다가 2015년엔 각각 3.8%(4위), 3.5%(6위)로 축소됐다.
주식과 신용시장 등의 규모도 버블붕괴, 실물경제 부진 등으로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일본은 과학기술, 문화, 사회시스템 등 유·무형의 소프트파워는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질적인 측면에서 글로벌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주요 조사기관이 평가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수준은 전 세계 3∼7위 수준이며 과학기술, 문화, 기업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면에선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일본의 2015년 R&D 투자규모는 GDP 대비 3.5%인 1천700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이런 R&D 투자와 특허, 과학 관련 학위 등의 영향으로 일본은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과학 인프라 경쟁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또 문화 분야에서 캐릭터, 게임산업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콘텐츠 시장규모가 세계 2∼3위 수준이고 학력, 노동시장, 안전 등 주요 사회지표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해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선 기업의 해외진출을 꾸준히 늘리고 공적개발원조(ODA) 등 경제협력도 적극 추진해왔다.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는 등 일본 경제와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으므로 이런 일본의 움직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은은 양적 성장뿐 아니라 문화와 브랜드 가치, 과학기술 등을 새 발전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은 문화잠재력과 IT 기술력을 갖춘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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