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간 첫 패널 거래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하반기 LG디스플레이[034220]로부터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약 70만장을 공급받는다.
경쟁사인 삼성과 LG[003550]가 TV 주요 부품을 공동개발하는 협업 관계를 사실상 처음 구축하기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26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약 70만장을 공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일본 샤프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나 대만의 훙하이(鴻海)정밀공업이 샤프를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공급 중단을 통보받았다.
전자업계에서는 평소 '타도 삼성'을 외쳐온 궈타이밍(郭台銘)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샤프가 자사 브랜드의 액정TV '아쿠오스'의 판매를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샤프로부터 전체 연간 LCD 패널 수요량의 10%가량인 500만대를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여러 패널 제조사에 추가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공급 시기는 올해 이른 하반기부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066570]는 지금까지 상대편 계열사로부터 디스플레이를 구매한 적이 없어 이번 계약은 양사 간 첫 패널 거래가 된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는 문제와 관련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은 샤프의 공급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모두 메워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쟁 구도를 형성해온 두 회사가 LCD 패널의 공급사-고객사로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콘덴서 등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형태의 부품 거래는 두 회사 간에 종전에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TV용 패널 공급은 이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사실상 양사 간 최초의 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용 LCD 패널의 경우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이나 특성, 규격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공동개발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번 협력관계가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제품 TV 출시를 두고도 삼성과 LG가 감정적인 장외 공방전을 벌였는데, 이번에 핵심부품을 공급받는 협업의 고리가 형성되면 양사 관계가 좀 더 발전적인 형태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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