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잃은 슬픔' 한국이 가장 크다…"미국의 2.6배"

입력 2017-03-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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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잃은 슬픔' 한국이 가장 크다…"미국의 2.6배"

여성은 1년 지나면서 안정세…남성은 6~10년 지나도 우울감 지속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 한·미·영·중·EU 2만6천명 분석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평생의 동반자였던 아내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데 따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슬픔을 못 이긴 나머지 홀로 된 배우자 중 상당수가 남은 삶을 우울감에 시달리며 보내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배우자를 잃고 난 후의 우울감을 한국인이 유독 심하게 겪고, 그 기간도 오래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영국, 중국, 유럽 등지와 비교할 때 우울감 상승폭은 최대 2.6배 차이를 보였다.

27일 미국노인학회가 발행하는 노인학저널(the Journals of Gerontology) 3월호에 따르면 미국 미시건대 인구연구센터 아푸르바 자다브(Apoorva Jadhav) 교수팀은 2002∼2013년 사이 한국과 미국, 영국, 유럽, 중국의 55세 이상 고령자 2만6천835명을 대상으로 배우자 사별 후의 우울 정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나라별 분석 대상자는 미국 6천637명, 영국 2천740명, 유럽 5천811명, 중국 7천834명이었다. 한국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의 고령화 연구패널조사(Korean Longitudinal Study)에 참여한 3천813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분석 기간에 배우자를 사별한 사람을 골라 부부생활을 함께할 때와 사별 후의 우울 점수를 비교했다.

이 결과 미국은 배우자 사별 전 우울 점수가 평균 1.25점이었지만 사별 후에는 1.86점으로 0.61점 상승했다. 또 영국 0.54점(1.57→2.11), 유럽 0.85점(2.75→3.60), 한국 1.58점(3.49→5.07)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다만 중국은 배우자 사별 전 4.24점이었던 우울 점수가 오히려 사별 후 3.75점으로 0.49점이 낮아져 대조를 보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인은 배우자 사별 전 평상시에도 우울감이 높았지만, 사별 후에는 우울감 상승폭이 비교 대상 국가보다 월등히 심해졌다는 점이다. 나라별로는 한국의 상승폭이 미국의 2.6배, 영국의 2.9배, 유럽의 1.9배에 달했다.

배우자 사별에 따른 우울감은 모든 나라에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오래 지속했다. 배우자를 잃은 첫해에는 남녀 모두 우울감이 가장 높았지만, 여성은 최장 10년의 관찰 기간에 서서히 결혼한 상태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남성은 유럽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사별 후 6∼10년이 지나도 높은 수준의 우울감이 유지됐다.

특히 한국인만 보면 여성은 사별한 지 1년이 지나기 전에 신체적, 정서적 우울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가 점차 안정세를 되찾아갔지만, 남성은 2년 후에 우울감이 최고치를 보인 이후에도 이런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우울감을 성별로 보면 여성은 신체적인 우울이, 남성은 기분장애 우울이 더 심했다. 이처럼 우울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가족의 역할 차이가 가장 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배우자 사별 후 시간이 지남에 따른 우울증의 궤적을 비교함으로써 나라별로 각기 다른 특징을 볼 수 있었다"면서 "사별의 우울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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