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인가 차별인가' 중동발 여객기 전지기기 반입금지 시행

입력 2017-03-25 21:53  

'안보인가 차별인가' 중동발 여객기 전지기기 반입금지 시행

논란 끝에 미국·영국만 실시…중동 항공사 '풍자 마케팅'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오는 항공편 기내에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한 조치가 미국과 영국에서 모두 시행에 들어갔다고 영국 B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터키·모로코·요르단·이집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8개국, 영국은 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 6개국에서 오는 항공편에 대해 각각 일정 크기를 넘는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을 금지했다.

폭발물 내장 위험 때문에 스마트폰보다 큰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는 기내에 휴대할 수 없으며 수하물로 화물칸에 실어야 한다.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2년간 민간 항공기와 공항을 표적으로 삼는 공격이 곳곳에서 일어난 점을 전자기기 기내 반입을 금지한 이유로 들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21일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최근 정보들은 테러그룹들이 다양한 소지품들에 폭발장치를 숨기는 방법 등을 통해 민간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테러 단체가 전자기기에 숨길 수 있는 폭탄을 개발한다는 정보를 미 정보기관이 입수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등에 이은 또 다른 반이슬람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전문가들은 대책에 실효성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노트북 컴퓨터가 폭발물로 악용될 우려는 기내가 아닌 물칸에 실어도 마찬가지이며,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위험한데 금지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십수년 동안 기술적으로 따질 때 전자기기로 위장한 폭탄의 위험은 똑같은데 왜 지금 갑자기 규제가 시행되는지 의문스럽다는 견해도 목격되고 있다.


비상에 걸린 중동지역 항공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 항공은 승객들이 체크인 후부터 항공기 탑승 전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자기기 포장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전자기기 기내 반입 금지 조치를 조롱하는 듯한 재치있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로열요르단항공은 트위터에 올린 홍보물에서 '미국으로 여행 시 매주 새로운 금지 사항'이 있다고 비꼰 뒤 "누구도 우리의 비행에 대한 즐거움을 망칠 수 없다"며 "우리는 모두를 위한 여행 팁을 갖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어 독서, 간식 먹기, 옆 사람과 인사하기 등 '12시간 비행 동안 랩톱 또는 태블릿 없이 할 수 있는 12가지' 목록을 덧붙였다.

마지막 12번째 항목은 '당신이 랩톱과 태블릿을 휴대할 수 없는 이유 생각해보기'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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