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순간이잖아요."
26일 오전 8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권재은(39·여)씨는 정성스레 사진을 한컷 한컷 찍었다.
붉은 등대 속 노란 리본과 추모타일, 희생자들을 향한 애끊는 그리움이 담긴 현수막, 이른 아침에도 조문객 발길이 일어지는 분향소 등을 필름에 담아냈다.
3년 전 슬픔이 가득했던 선착장과 유가족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지켜보던 팽목항 앞바다도 촬영했다.
권씨는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나면 이곳 팽목항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겠죠"라면서 "희생자분들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그분들에게 지금 제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전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팽목항 방파제 난간에 걸린 리본을 촬영하던 추모객 최수훈(49)씨도 "가족이 있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될 때,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부분을 보고도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할 때 꺼내 보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팽목항 분향소의 철거 가능성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순간을 기억하려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진도군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분향소의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고로 진도항 2단계 개발사업이 중지된 상태에 있어 그동안 피해를 본 진도주민들을 위해서 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철거에 반대한다.
미수습자를 다 찾은 뒤 공식적인 합동 영결식을 치르고 나서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모객들도 아직 분양소 철거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추모객 김성운(23)씨는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리더라도 세월호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진 뒤 추모 공간을 없애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측은 6월까지는 분향소를 정상 운영하고 이후 운영은 진도군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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