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군 당국이 해군과 해병대의 일체감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해군 전투모를 해병대 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해군 전투모를 해병대와 같이 팔각모로 바꾸는 것을 군인복제령 개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병대만의 상징으로 간주돼온 팔각모를 해군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작전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 해군과 해병대의 복식에 통일성을 기함으로써 장병들의 일체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는 해군 예하에 편성돼 있고 해병대사령관(중장)도 해군참모총장(대장)의 지휘를 받는다. 조직상으로는 한 몸인 셈이다.
그러나 해상·수중 작전 위주의 해군과는 달리 상륙작전이 주임무인 해병대는 육상 작전을 하는 경우가 많고 오랜 역사를 거치며 해군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됐다.
육·해·공군에서는 볼 수 없는 팔각모, 빨간색 명찰, '세무워커'로 불리는 전투화 등 독특한 복식에도 해병대의 개성이 반영됐다.
해병대의 개성이 강하다보니 조직상 해군의 일부임에도 해군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조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해군과 해병대의 일체감을 강화하는 게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해군이 해병대의 팔각모를 쓰도록 함으로써 일체감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군과 해병대의 일체감은 훈련을 보다 유기적으로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지, 복식을 똑같이 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해군과 해병대가 오랜 세월 키워온 전통을 희석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해군 전투모를 팔각모로 바꾸는 데 드는 예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를 포함한 해군 전체 병력은 7만여명에 달한다. 약 2만8천명의 해병대 병력을 뺀 4만여명의 전투모를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군 전투모 변경 방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군 안팎의 여론을 폭넓게 수용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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