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심사 현실화할까…법원 판단 기준은

입력 2017-03-26 13:57   수정 2017-03-27 08:11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심사 현실화할까…법원 판단 기준은

영장실질심사 도입 이래 첫 '전직 대통령 심문' 이뤄질지 관심

사안의 중대성 소명·증거 인멸 우려 등 쟁점…검찰 고심 거듭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만약 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를 심사해 발부할 권한을 가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만약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우선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는지가 기본적인 관건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을 비롯한 13개 혐의가 적용된 상태로, 혐의 소명 여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로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구속 사유 심사에서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즉 우선 혐의를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제시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과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수사 기록과 법리 등을 검토 중인 검찰도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부분과 관련해 관련 증거를 토대로 반박 논리를 제시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경우 재범 위험성이나 위해 우려 등은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라는 점에서 혐의 소명 정도는 구속 판단의 기본 전제가 된다.

공모자로 지목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은 혐의가 의심된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한다. 여타 피의자들의 경우 영장 단계에서 혐의가 소명돼 구속됐지만, 형사재판이 본격화하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로 '공범 구속'이 절대적 요소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소명'이 이뤄지면 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입증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증명은 '범죄사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얻는' 단계다. 이에 비해 소명은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기본 전제를 충족하는 경우 함께 고려할 3가지 검토사유 중에서는 증거 인멸 우려가 가장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파악된 대부분의 범죄 혐의(13가지)에 공범으로 지목됐고,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면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대면 조사를 거부한 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사건 은폐를 시도한 점 등을 근거로 증거 인멸 가능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공범들이 구속된 채 재판받는 등 수사가 증거수집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증거 인멸 가능성이 희박하고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구속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할지도 관심사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법원의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과도한 구속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1997년 도입됐다.

과거 긴급구속 제도가 없어지고 긴급체포 제도로 낮춰 수사기관의 자의적 구속 권한을 줄였고, 사전 영장과 일단 구속 후 받아내는 사후 영장 대신 모든 영장은 사전에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등 인신구속 제도 전반의 변화에 맞물린 조치였다.

앞서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구속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는 영장실질심사 없이 서류 심사만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영장 심문에 출석하면 법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 인력을 배치하고 청사 주위를 통제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수사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몰려 소란과 혼잡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21일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때 일부 출입문을 폐쇄하고 취재진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경계 수준을 최대로 강화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혼란과 취재진 앞에 서는 부담 등을 고려해 심문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출석하지 않고 서류 심사만으로 법원 판단을 받았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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