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친(親)중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격)이 26일 실시된 차기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승리했다.
홍콩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람 전 사장이 선거인단 과반인 601표를 웃도는 777표를 얻어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온건 친중파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은 람 당선인의 절반에 못 미치는 365표를 얻었으며 제3 후보인 우?힝(胡國興·70) 전 고등법원 판사는 21표를 얻는데 그쳤다.
람 당선인은 지난달말 후보 지명 때 선거위원 1천194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579명의 추천을 받아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람 당선인은 선거 전에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아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람 당선인이 실제 투표에서 추천인 수보다 200표가량 더 얻은 것은 중국 당국의 지지가 친중파 중심의 선거인단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320여 명이 선거 막판 창 전 사장을 공개지지한 점이 선거인단 중 4분의 3을 차지하는 친중파의 결집을 불렀다는 관측도 있다.
창 전 사장은 최근 투표권이 없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50% 이상 지지율을 확보하며 30%대에 머문 람 전 사장을 크게 앞섰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친중파의 표를 그다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창 전 사장이 TV토론과 거리 유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반면 람 당선인이 "다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후보를 사퇴하겠다", "화장실 휴지가 떨어져서 옛 관저로 택시 타고 가 휴지 몇 통을 가져왔다" 등 몇 차례 말실수를 했지만, 선거 판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람 당선인은 오는 7월 정식 취임하면 역대 첫 여성 행정장관이 된다.
임기는 2017년 7월 1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컨벤션전시센터 주변에서는 직선제를 요구하는 범민주파와 람 당선인을 지지하는 친중파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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