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처리 방향 결정적 역할 관측…법리 검토·신중 행보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을 앞두고 '뇌물죄' 법리 검토에 막바지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 입증은 구속영장 청구의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법원에서의 공소 유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휴무일인 26∼27일에도 전원 출근해 막바지 수사 기록·법리 검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혐의의 사실관계와 적용 법리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가장 신경을 쓰는 혐의는 뇌물이다. 박 전 대통령 측과 사이에 최대 쟁점인 부분이기도 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명목으로 삼성·SK·롯데 등의 대기업에서 대가성 자금 지원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한다.
21∼22일 박 전 대통령 조사에서도 14시간여의 실질적인 조사 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뇌물 혐의 입증에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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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재단 설립은 정부의 국정 기조를 반영한 정책 판단으로 기업 측에서 자발적으로 출연했으며 설사 최씨에게 사익 추구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이는 박 전 대통령과 무관한 일"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뇌물 혐의 입증 정도가 신병처리 방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뇌물죄는 수뢰액에 따라 형량이 결정되는데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 있다.
뇌물 혐의가 탄탄하고 정교하게 입증될 경우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마다할 명분이 없다.
법원도 대표적 권력형 범죄인 뇌물죄에 대해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영장을 발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당위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뇌물죄 입증을 승부처로 삼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뇌물죄 적용은 '국정농단' 수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라 검찰도 살얼음판을 걷듯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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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11월 1기 특수본 수사에선 박 전 대통령 측이 대기업들을 압박해 강압적으로 출연금을 끌어모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대가성 거래로 볼만한 정황은 많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당시 수사팀 판단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 수사 내용을 넘겨받아 박차를 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하며 결과적으로 이를 뒤집은 셈이 됐다.
검찰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공범들의 공소장을 변경하거나 변경하지 않더라도 주된 혐의와 그렇지 않은 혐의로 강약을 조절하는 등 공소 유지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
또 SK·롯데 등 대기업 총수에게 일정 부분 뇌물공여 성격을 인정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처벌 여부나 수위에 대한 판단도 내려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을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선 방대한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애초 전망됐던 이번 주 초에서 중·후반께로 다소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자체가 이미 정치 이슈화한 상황에서 '법과 원칙'을 내세운 검찰로선 어떤 선택을 하든 빈틈없는 논리를 구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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