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청춘이죠"…스무 살 된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입력 2017-03-26 16:07  

"여전히 청춘이죠"…스무 살 된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한국서 유독 인기…PC방·e스포츠 시대 열어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1998년 봄 젊은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란 문구를 붙인 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등 3개 외계 종족이 우주 전쟁을 벌이는 신작 PC 게임을 하려는 인파였다. 친구 여럿과 인터넷으로 실시간 대전을 벌일 수 있는 장점 덕에 인기가 불길 같았다. '같이 PC방에 놀러 가자'란 말이 일상어가 됐다.

국내 PC방 문화를 일군 고전 실시간 전략 게임(RTS)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19주년을 맞았다.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이다.

한국에서 e스포츠 시대를 연 작품이자, 지금도 많은 이들을 PC 앞으로 끌어들이는 현역 게임으로서 생명력이 탄탄하다.

이 게임을 발매한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게임 발매 19주년을 기념하는 '아이러브 스타크래프트' 행사를 열고 올여름 스타크래프트 초고화질(UHD)판을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다. 2007년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스타크래프트 소프트웨어 950만여개 중 약 절반(450만여개)이 한국 시장 실적일 정도였다.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4월 발매 당시 SF 영화 풍의 세련된 그래픽·사운드와 실시간 대전 기능을 내세워 국내에서 빠르게 흥행몰이를 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며 빠르게 번지던 PC방에 이보다 좋은 간판 상품은 없었다. 친구들끼리 '스타' 실력을 겨루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PC방은 당구장·노래방·오락실을 누르고 '대세 놀이 공간'이 됐다.

국내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해 발매됐던 인기 PC방 게임인 리니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마니아가 하던 작품이었다면, 스타크래프트는 팬의 저변이 훨씬 넓었다"며 "2000년대 초반까지 PC방의 PC 10대 중 7∼8대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이들이 차지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e스포츠의 출발점이었다. 게임이 사람 간 대전이 핵심이었던 만큼 '고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1999년부터 투니버스 등 케이블 방송사들이 개최하는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쏟아졌고 전문 선수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e스포츠 관람 문화가 부상했다. 스타크래프트 중계 붐이 불면서 2000년에는 국내 최초의 게임 방송사인 '온게임넷'까지 나왔다.

스타크래프트를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도 스타가 됐다. 2002년 '테란의 황제'란 별칭의 임요환과 '폭풍 저그' 홍진호가 나란히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 1·2호 기록을 세우면서 '스타크래프트 선수'는 많은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으로 떠올랐다. 임요환과 홍진호는 선수 은퇴 이후 지금도 유명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코엑스 행사에서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유행의 중심에 선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며, 한국에서의 열광적 지지가 아니었으면 이런 성과는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25일 기준으로 국내 PC 게임 중 점유율이 3.39%로 6위였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래픽 도트(점)가 자글자글 드러나는 구식 게임이지만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2010년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가 나왔지만, 전작에 대한 국내 팬들의 애착이 커 2편이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리자드가 이번에 UHD급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종전 인기를 토대로 게임의 수명을 더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마스터 버전은 그래픽 화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을 뿐 게임 조작 방식과 디자인 등의 뼈대는 같다.

리마스터 버전은 종전 스타크래프트의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상품으로 올해 여름 발매될 예정이다. 지금껏 1만5천원에 팔리던 옛 스타크래프트 SW는 이달 31일부터 무료 온라인 SW로 전환된다.

게임 업계에서는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으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PC방 과금 체계를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타크래프트는 소비자 SW보다 고가인 업소용 SW가 따로 없었고, PC방에 적용되는 시간제 요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거 PC방은 소비자용 스타크래프트 SW를 구매해 매장 PC에서 돌리면서 추가 비용 없이 장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해당 이슈와 관련해 불만이 많았던 만큼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으며 PC방 전용 과금제를 선보일 공산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해 블리자드 관계자는 "현재는 PC방 정책에 대해 확정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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