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런던 테러범 '외로운 늑대'…범행동기 오리무중

입력 2017-03-26 20:23  

英 런던 테러범 '외로운 늑대'…범행동기 오리무중

두 자녀 둔 평범한 가장서 테러범 변신 퍼즐 안 풀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 22일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0여 명을 다치게 한 영국 런던 차량 테러범 칼리드 마수드(52)의 범행 동기가 사건 발생 닷새가 되도록 실마리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런던경찰청은 마수드가 살던 버밍엄과 런던 등에서 모두 16곳을 수색해 컴퓨터 저장 자료 등 약 2천700점의 증거물을 압수하고 관련자 11명을 조사했다.

런던경찰청 마크 로울리 치안감은 지난 24일 "수사의 본줄기는 마수드를 극단화로 이끈 것이 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닐 바수 런던경찰청 부청장은 25일 "우리는 마수드가 범행 당시 혼자 행동했다고 믿고 있다"면서 "우리는 결국 범행동기를 알아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범행동기가 그와 함께 묻힐 수 있다"고 말했다.

IS가 "우리 전사가 이번 공격을 했다"면서 배후를 자처했지만, 경찰은 IS 등 테러리스트들이 연관돼 있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

최근까지 영국 중부 버밍엄에서 동거녀, 두 자녀와 함께 살아온 '평범한' 가장 마수드가 극단화한 과정에 대한 퍼즐 맞추기에 애를먹고 있는 셈이다.

마수드가 범행 전날 런던에서 100km 떨어진 도시 브라이턴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숙박료를 깎으려고도 했고 호텔 직원과 잠깐 대화하면서 암에 걸린 부친을 걱정하기도 했다는 호텔 직원의 증언은 이튿날 마수드의 행동과는 동떨어진다.






마수드는 유럽에서 테러를 벌인 범인들과는 나이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10년 전 유럽에서 공격을 벌인 테러범들은 평균 29세였고 지금은 25세 정도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마수드는 10대 때부터 폭력, 공격무기 소지, 공공질서 위반 등으로 수차례 범죄를 저지르고 두 차례 수감됐지만 2003년 이후엔 경찰에 입건된 바 없는 인물이다.

그는 영국 남부 켄트에서 백인 모친과 흑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출생기록에 그의 부친 성명란은 비어있고 성(姓)은 모친의 성으로 돼 있었다. 백인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셈이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두 살 때 지금 함께 사는 남편과 결혼했다.

마수드는 두 번째 수감생활을 끝낸 지난 2003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무슬림 여성과 결혼했다.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극단주의와 연관해 의심할 만한 마수드의 행적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대목이다.

그는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2008년 4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취업 비자로 사우디에 가서 영어 교사로 일했고, 2015년 3월 사우디 메카를 성지 순례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가디언은 "폭력적 성향과 범죄성에도 불구하고 마수드는 다른 살인범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남성"이었다며 "52세 남성이 왜 수도 복판에서 사람들을 살해했는지에 대한 퍼즐이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지닌 이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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