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영국에서 넘어오는 연합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일명 '대서양 방벽'을 구축했다.
유럽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해안을 따라서 해안선을 방어하고 요새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이었다.
이때 긴 띠처럼 생긴 덴마크의 해안선을 따라 200만 개가 넘는 지뢰가 설치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군이 심은 이 지뢰를 해체하는 데 투입된 것은 덴마크군이 포로로 잡은 독일 소년병들이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45년 5월부터 5개월간 진행된 지뢰 해체작업에 동원된 인원은 대략 2천600명이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덴마크를 점령했던 5년의 세월보다 5개월 동안의 지뢰 해체작업에서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랜드 오브 마인'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독일 소년병들의 가슴 아픈 실화를 정면으로 다룬 덴마크 영화다.
전쟁 직후 독일에 점령됐던 덴마크인들이 가해자로 변하고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독일 소년병들이 피해자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면서 전쟁과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10대의 어린 소년병들은 지뢰가 묻힌 해변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뢰를 모두 제거한 뒤 고향에 돌아가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 이들의 유일한 소원이다.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맨손으로 지뢰밭에 내몰린 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덴마크인들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며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간다.
포로 소년병들을 지휘하는 덴마크군 상사 칼 라스무센은 이들을 자신의 애완견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며 냉혹하게 다룬다.
하지만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이 지뢰밭에 내몰려 하나둘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이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는 소년병들과 덴마크군 상사 라스무센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빚어낸 인간의 증오심과 복수심, 그 속에 피어난 인간애 등을 담아낸다.
큰 반전 없이 줄거리가 전개되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지뢰 해체작업을 그리는 만큼 상영 시간 100분 내내 관객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다큐멘터리로 영화계에 입문한 마틴 잔드블리엣 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와 과하지 않은 연출로 극의 긴장감과 슬픔을 극대화한다.
잔드블리엣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과 장면 속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며 "이 영화는 결국 인간에 대한 영화이고 관객들은 증오에서 용서로 마음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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