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메이크 바람'…"문화간 경계 사라져"

입력 2017-03-27 11:51  

할리우드 '리메이크 바람'…"문화간 경계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할리우드에서 기존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원작 콘텐츠를 재탄생시키는 바람이 거세다.

할리우드의 오랜 영웅이나 추억의 명작을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들이는데 머물지 않고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속편)이나 시퀄(전편의 다음 이야기), 리부트(원작의 골격만 차용하고 새로 해석한 이야기), 리메이크, 스핀오프(원작에서 파생된 이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를 보면 '미녀와 야수', '파워레인져스:더 비기닝', '콩:스컬 아일랜드'등 흥행 순위 1∼3위에 오른 3편은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다.

'미녀와 야수'는 1991년 디즈니의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파워레인져스:더 비기닝'은 일본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1993년 할리우드에서 어린이 TV 시리즈로 리메이크한 '마이티 모르핀 파워레인져스'를 재구성했다. '콩:스컬 아일랜드'의 원작은 1933년작 '킹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는 29일 국내 개봉을 앞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1989년 일본에서 출간된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6월 국내 개봉 예정인 DC코믹스의 여성 히어로 '원더우먼'과 7월에 선보이는 '스파이더맨:홈 커밍', '혹성탈출:종의 전쟁' 등도 모두 원작에서 출발한 영화들이다.

현재 제작되거나 기획 중인 작품들도 많다.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일본의 오바타 다케시의 만화 '데스노트'를 영화로 만들어 하반기 독점 공개한다. 워너브러더스는 워쇼스키 자매의 SF 영화 '매트릭스'를 바탕으로 한 신작을 기획 중이며, 파라마운트는 독일영화 '토니 에드만'의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는 기존에도 외국 유명 작품의 판권을 사서 모았지만, 실제로 리메이크되는 빈도가 최근 들어 더 높아지고 속도도 빨라졌다"면서 "문화적 국경이 희미해지다 보니 전 세계 콘텐츠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리메이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리우드가 오리지널 이야기를 내놓기보다 기존 작품을 개작하거나 파생 영화들을 내놓는 것은 흥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만큼 이미 팬층이 형성돼있거나 검증받은 스토리 쪽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할리우드는 원작을 재탄생시키면서 최신 디지털 기술력을 덧입힐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꾸거나 여성을 좀 더 주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시대 흐름에 맞게 조금씩 변형을 주고 있다.

예컨대 '공각기동대:고스트 인더 쉘'에서는 주인공 메이저(스칼릿 조핸슨)를 만든 과학자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쥘리에트 비노슈)으로 등장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최근 내한 기자회견에서 "뭔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은 어머니, 여성이기 때문에 메이저를 창조한 과학자는 여성이 맡아 어머니 같은 역할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콩:스컬 아일랜드'에서는 기존의 킹콩 영화처럼 킹콩과 '러브 라인'을 형성하던 미녀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남자들처럼 정글 속에서 살기 위해 싸우면서도 그 와중에서도 진실을 찾아 밝히려는 사진작가(브리 라슨)가 대신한다.

'미녀와 야수'에서 여주인공 벨(에마 왓슨)은 당시(18세기) 프랑스의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말을 이용해 산더미같이 쌓인 세탁물을 손쉽게 세탁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하고, 허리를 옥죄는 코르셋 대신 치마 속에 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는 1984년 동명의 작품 속 주인공 4명을 여성으로 바꿔 리메이크했다. 여성이 악당의 피해자가 아니라 도시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묘사해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할리우드에는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오션스 일레븐'(2001) 등 '오션스' 시리즈를 여성 버전으로 바꾼 '오션스 에이트'도 제작 중이다. 할리우드 톱스타 샌드라 불럭, 앤 해서웨이 등이 출연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원작을 리메이크할 때는 성별이나 설정을 조금씩 바꾸거나 할리우드의 환경과 문화적 느낌을 살리는 편"이라며 "여성을 내세우는 것도 원작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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