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군용 무인기(드론)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를 인용, 보도했다.
중동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군용 드론을 앞세워 미국이 장악하고 있던 중동 무기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향후 중동을 둘러싼 양측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핵심 과학기술기관인 KACST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 16일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과 대잠 무인기(UAV) '차이훙(彩虹·CH)-4' 공장을 사우디에 공동 설립하기로 하고 관련 협정에 서명했다.
앞서 중국의 항공우주기술 전문 수출입업체인 중국항천장정국제(ALIT·中國航天長征國際)와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의 자회사 사우디 기술개발·투자컴퍼니(TAQNIA)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IDEX)에서 드론 생산 라인을 위한 의정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CASC 산하 드론 개발 업체에서 근무했던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사우디 내 CH-4 공장이 파키스탄과 미얀마에 이어 중국 밖에 건설되는 3번째 드론 공장이라며 관련 장비 조립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 전문가는 중동 내 중국의 첫 드론 공장인 사우디 공장 건립으로 중동 고객을 위한 사후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며 더 많은 CH-4 드론을 원하는 사우디의 기대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CASC가 제조하는 CH-4는 정찰과 전투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원거리 목표물을 오차범위 1.5m 이내로 타격할 수 있는 AR-1을 탑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사우디에 드론 공장을 짓는 것은 매사냥 문화를 가진 중동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별도의 매 부화장과 매 병원이 있을 정도로 매를 부리는 것이 오래된 전통인 아랍 문화권에서 매를 대신할 수 있는 드론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 진출을 통해 미국이 장악한 중동 내 무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포석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동 지역의 미국산 무기 구매는 86% 급증했다. 사우디는 인도에 이어 세계 2대 미국산 무기 수입국이다.
CASC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CH-4가 미국 공군의 무인공격기 '프레데터(MQ-1)'와 성능이 비슷한 점과 대테러 능력을 중점 홍보해 사우디와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에 수출했다.
지난 5년간 무기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한 이라크 국방부는 낮은 가격을 이유로 미국의 MQ-1 대신 중국산 CH-4를 선택했다.
CH-4 가격은 400만 달러(약 44억5천만 원)로 2천만 달러(222억8천만 원)인 MQ-1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브뤼셀 현대중국연구소의 조너선 홀스래그 연구팀장은 사우디와 이라크 등 석유 수출국들이 석유 가격 하락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무기를 이용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홀스래그 팀장은 "사우디가 지역 내 여러 강국처럼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며 "사우디 정부가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여전히 중요시하면서도 위협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안보 협력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저우 전문가는 "드론 공장은 중국과 사우디 간 최근 합의 사항 중 미소한 일부"라며 "거래 이면의 실제 목적은 석유가 필요한 중국이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사우디에서 확보하고 사우디가 중국의 기술지원을 통해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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