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이어 또 "뭉쳐서 싸우자"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이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에 맞서기 위한 자체 연합체 구성에 나섰다.
27일 유럽 전문매체 유랙티브 등에 따르면, 독일 등 유럽연합(EU) 7개국 관련 장관들은 지난 23일 로마에서 모여 '유럽고성능컴퓨팅연합(유로HPC)' 설립 계획에 서명했다.
이는 소위 엑사급(exascale) 컴퓨터를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엑사급은 1초당 100경회 계산할 수 있는 엑사플롭(Exaflop)급 컴퓨터다. 1경(京)은 1조(兆)의 만 배이다. 엑사급 컴퓨터는 현존 슈퍼컴퓨터의 처리속도인 페타급(1초당 1000조 연산)에 비해 1천배 빠른 것이다.
유로HPC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바짝 뒤따라 가는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과 활용 경쟁에서 '거인들'에 밀리지 않으려 유럽 국가들이 뭉쳐서 힘을 키우려는 것이다.
마치 유럽 주요 국가들이 미국 보잉사나 록히드마틴에 맞서려 1990년 항공우주산업체 에어버스를, 2000년대엔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독점에 대항해 갈릴레오사업을 공동 시행한 것과 유사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2년부터 HPC 설치 전략을 추진해왔다. 유로HPC는 2020년까지 전(前)엑사급 컴퓨터 2대를 가동하고, 2023년까지는 완전한 엑사급 컴퓨터를 개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유로HPC엔 EU 회원국 가운데 관련 인프라 설치 능력 등이 있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7개국만 참여했다.
안드루스 안십 EU 디지털 단일시장 담당 부위원장은 "국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유럽의 능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면서 "유로HPC는 미래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유로HPC는 향후 차세대 HPC기술 개발, 엑사급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및 시스템 개발, 기업과 학계에 최고의 슈퍼컴퓨팅 설비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슈퍼컴퓨터는 과학과 IT, 군사 분야 뿐 아니라 각종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국가 경쟁력의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텐허2를 보유한 중국은 2020년까지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개발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당초 2018년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부터 사용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소 2년 이상 늦췄다.
미국은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가 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고하기 위해 '국가전략컴퓨팅계획(NSCI)을 발표했으나 엑사급 컴퓨터 시스템 구축 목표 시기는 2023~24년으로 중·일·유럽보다 늦다.
그러나 미국의 기술력과 잠재력은 세계 최강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계획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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