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005년 롯데 사령탑·선수로 사제의 연 맺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대호의 장단점은 제가 훤하게 꿰뚫고 있죠."
양상문(56) LG 트윈스 감독의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지자,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가 강력한 한 마디로 맞받아쳤다.
"언제 얘기를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27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를 달군 유쾌한 설전이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한 팬은 양상문 감독에게 "이대호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양 감독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롯데와 만나는 날 선발투수, 중간으로 등판할 투수에게 대호의 약점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한 표정으로 이대호를 바라보며 "대호야, 외국물 많이 먹었는데 이제 분위기가 달라질 거야. 다른 팀하고 경기할 때 많이 치시오"라며 웃었다.
이대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제가 감독님과 한 팀에서 뛴 게 10년 이상 지났다. 언제 약점을 말씀하시는 건가"라며 "약점이 있다고 해도 투수들이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 감독과 이대호는 사제지간이다. 양 감독은 롯데 지휘봉을 잡은 2004·2005년, 두 시즌 동안 '유망주' 이대호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이대호는 2004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132경기)을 뛰며 20홈런을 쳤고, 2005년 126경기에서 21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양 감독이 떠난 뒤인 2006년 타자 부문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1위)을 차지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이대호는 일본, 미국에 진출한 뒤에도 비시즌 한국에 들어오면 양 감독은 찾아 인사를 했다.
이만큼 돈독한 사이이기에, 미디어데이에서 유쾌한 설전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다시 적정과 상대 4번타자로 맞선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