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러서 전국적 反부패 시위…모스크바서만 500명 이상 연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 당국의 평화적 시위 참가자 무차별 연행을 비난하고 나섰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27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러시아 당국이) 26일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평화적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체포한 것을 비난한다"면서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과 인권운동가, 기자 체포는 기본적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시위를 주도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체포와 그가 운영하는 반(反)부패 재단에 대한 경찰 급습 등을 우려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모든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을 석방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 후 러시아 내 시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1~12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야권의 대규모 선거부정 규탄 시위를 부추기고 당국의 강경 시위 진압을 규탄한 것에 분노해 힐러리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됐고 이것이 그녀의 대선 승리를 저지하기 위한 러시아의 선거 개입으로 이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앞서 전날 러시아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모스크바에서만 1만 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푸틴없는 러시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와 극동 주요 도시 등에서도 수백~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2011~12년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날 전국 동시 다발 시위는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 야권 지도자 나발니가 최근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가 촉발제가 됐다.
나발니는 보고서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규모 부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가 공직자 월급으론 생각할 수도 없는 고가의 자산들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요구하며 지지자들에게 저항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대부분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시위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해 연행했다.
모스크바에선 시위 현장으로 가던 나발니와 그가 이끄는 반부패 재단 직원들이 체포된 것을 비롯, 500명 이상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만 850명이 연행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지방도시들에서도 수십~수백 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날 체포·연행자 수가 지난 2012년 5월 선거 부정 규탄 및 푸틴 3기 집권 반대 시위 때의 연행자 수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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