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진범' 묻히나…정부 "北배후 입장 변함없어"

입력 2017-03-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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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진범' 묻히나…정부 "北배후 입장 변함없어"

풍부한 정황증거에도 미제로 남을듯…대북압박 추가동력 확보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이상현 기자 = 피살된 김정남의 시신이 화장돼 북한에 인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김정남 피살 사건은 정황 증거는 충분하지만 확실한 물증은 없는 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13일 김정남 피살 직후부터 북한 정권을 사건 배후로 지목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 정권의 비협조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사건 발생 일주일만인 지난달 19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자임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는 차고 넘쳤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10명 중 8명은 북한 국적자였고, 이 중에는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살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가 사용된 점도 북한 정권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개인이나 조직은 못 만들며 정부만이 만들 수 있는 무기"라며 북한 정권이 배후라는 점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잔악성을 증명하는 사례로 '김정은 피살'을 부각하며 대북 압박에 박차를 가해왔다.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에 김정남 피살 사건이 '해외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라고 간접적으로나마 언급된 것도 우리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말레이시아가 '북한 정권 배후'를 공식화하면 이를 동력으로 대북 압박을 더욱 거세게 전개하려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끝내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도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풍부한 정황 증거들이 평양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쉽게 수세적 입지를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확증은 없었지만 북한 정권이 김정남 피살의 배후라는 점에는 국제사회도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이 사건은 열악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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