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 유류비 떠넘기지 말라' 법개정…사납금만 올라 논란

입력 2017-03-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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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에 유류비 떠넘기지 말라' 법개정…사납금만 올라 논란

임금 보다 사납금 인상 폭 커…택시발전법 취지 무색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택시 회사가 기사들에게 유류비 등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되자 오히려 사납금이 오르며 기사 부담이 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노사 합의로 사납금을 올릴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해 택시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한 택시발전법 취지를 흐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시와 전국택시노조연맹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택시노사는 사납금을 하루 5천원씩 인상하는내용으로 임단협을 체결했다.

한 달 근무일을 꽉 채워 일하면 월 13만원 올라간다. 반면 임금은 수당을 포함해 월 약 4만3천원이 인상된다.

사측에서 내세운 명분은 택시발전법으로 인해 유류비 등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는 점이다.

택시 사업자가 차량 구입비와 유류비, 세차비 등 비용을 기사에게 부담시키면 안된다는 내용의 택시발전법은 작년 10월에 특별시와 광역시에 적용됐다.

기사들 처우를 개선하는 법 때문에 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사납금을 올리자고 한 것이다.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주장같이 보이지만 국토부 유권해석이 나오며 사측 의견에 힘이 실렸다.

국토부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 관련 질의·회신에서 '운송비용 상승에 따라 1일 운송수입금(사납금)을 인상하는 것은 노사간 협의 사안으로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에서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한 것만으로 노사 합의사항인 사납금을 손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납금 인상이 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택시 노사에는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공문을 보내고 단위 사업장에 실제 적용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사납금을 올려서 운송비용 전가금지 제도에 따른 유류비 등 사업자 부담을 완화하는 행위는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앞서 올해 1월 임단협 초반에는 유가 하락으로 경영환경이 개선된 효과가 종사자 처우 개선에 반영되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지어 유류비 부담과 임금 인상분을 합한 것보다도 사납금 인상 폭이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택시발전법으로 사측이 추가 부담하는 유류비가 하루 평균 약 4ℓ 분량, 즉 약 3천원(1월 ℓ당 752원 기준)이다. 여기에다가 임금 인상분을 더 해봐야 약 4천600원으로 사납금 인상 폭(5천원) 보다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납금 부담이 커진 기사들이 무리하고 위험한 운행을 할 우려도 크다.

평균 보다 적게 연료를 사용하는 기사들은 사납금 부담만 나누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시지부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력이 약한데다가 국토부 유권해석이 모호하게 나오니 협상에서 끌려간 부분이 있는데 서울시가 강하게 저지해줘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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